칠순을 이미 여러해 전에 넘긴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지금 영어(囹圄)의 몸이다. 교육감 시절 인사청탁과 함께 부하직원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며칠전 기소됐다. 설상가상(雪上加霜) 격으로 알거지가 될 처지에 놓였다. 그는 부인의 차명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뒤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이 확정되자 지난해 "선거보전금 등을 모두 반환하라"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아무리 당선 무효형이 내려졌더라도 당선자만 선거보전금 등을 반환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으나, 법원은 선관위 손을 들어줬다. 공 전 교육감은 29억여원에 육박하는 선거보전금 등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할 판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는 아들의 동네의원 개원비에 보태기 위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금고로 다시 들어가야 할 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는 거리에 내앉을 수도 있다.
공 전 교육감 얘기를 꺼낸 이유는 교육감 선거가 코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사실 그에 대한 교육계의 평가는 엇갈리는 측면이 많다.'충실한 MB교육 정책의 전도사'는 정부와 시교육청 주변의 진단이다.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나 시민단체 쪽은'교육비리의 몸통'으로 그를 지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평가가 이렇게 양분되지만 부인하기 힘든 팩트(사실) 하나는 상존한다. 2008년 6월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직선을 앞두고 당시 현직 교육감이었던 그는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40년 가깝게 서울교육에 종사한 만큼 미련없이 은퇴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나, 소위 '측근'이라는 주변 간부들은 그를 유혹했다. "대항마가 없다"는 말로 공 전 교육감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그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교육감에 출마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평생에 오점으로 남을 실수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 전 교육감이 뒤늦은 후회를 해도 이미 화살은 과녁에 꽂힌 상황이다. 출마를 부추긴 측근들을 탓해도 소용이 없어졌다.
그렇다면 주군(主君)을'교육 소(小)통령'자리에 다시 올려놓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쇠고랑을 차게 만든 측근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상당수가 교육비리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사법처리되거나 중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이쯤 되면 공 전 교육감 건의 '학습 효과'가 컸을 법 한데도 금새 잊혀졌을까. 2주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교육감 선거 양태를 보면 '비극'의 재발이 우려되는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보수 성향의 후보 주변이 혼탁스럽다. 8명의 서울시교육감 후보 중 6명이 보수 후보라는 점이 말해주듯 주위엔 온갖 모사(謀事)와 아첨(阿諂)이 들끓고 있다.
6조원이 넘는 예산이 손아귀에 있고 수만 명의 교원 인사권을 행사하는 서울시교육감 자리가 탐나지 않는다면 새빨간 거짓말일 것이다. 관건은 교육감선거 이후다. 각 후보들이 참모나 측근, 아니면 외부 '정치꾼'들의 감언이설에 놀아난 결과는 참담할 수 있다.'제2의 공정택'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공 전 교육감도 선거 땐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이 될 줄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집안 단속은 선거 이후엔 무용지물이다.
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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