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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셈법에 갈피 못잡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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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셈법에 갈피 못잡는 軍

입력
2010.05.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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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태국 대치 정국 해결책이 난망인 가운데 시위 진압을 놓고 태국 군부가 고민에 빠져 있다. 현재로서는 군 최고 실세인 아누퐁 파오친다 육군 참모총장이 강제해산에 미온적 반응을 견지하고 있지만, 군 내부에서는 강제진압에 찬반으로 분열된 상태다.

18일 AP통신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와 아누퐁 총장은 시위 종식을 위한 군부대 강제해산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누퐁 총장은 대규모 유혈사태를 우려해 강제해산에 회의적이다. 보안 관련 최고기구인 비상사태해결센터(CRES)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대규모 참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혀 웨차치와 총리의 강제해산 요구에 선을 그었다. 정부가 17일 오후 3시까지 시위대에 자진해산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최종 시한이 지난 뒤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이를 반영한다.

아누퐁 총장은 반정부 시위에 대해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조기총선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AP통신은 “올 9월 퇴역할 예정인 그가 유혈진압에 대한 희생양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엔 군부 내 상당수가 시위대(레드셔츠)를 지지하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레드셔츠를 지지하는 군부 세력들은 초록 군복을 입었지만 속은 빨갛다는 의미로 ‘수박’으로 불리며, 실제 시위 진압 현장에서 시위대가 아닌 군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연출했다. 특전사령관 출신으로 17일 사망한 레드셔츠 지도자 카티야 사와스디폰처럼 군 고위층이 반정부 시위대에 가담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군 상층부의 강온 양론에 대해 한 군사전문가는 “군 내부에서는 라이벌을 물리쳐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세력과 자신의 출신 계층을 진압하는 것에 반대하는 세력이 양존한다”고 말했다. 태국 현대사에서 18회나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종종 총리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군이 분열된 상태에서는 정부와 레드셔츠 간 정치적 타협이 불발될 경우 군 내부에서 동요강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P는 “이번 시위 사태로 태국군은 무능함과 충성심 분열 등 균열을 노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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