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곳곳에는 600년전 도읍이 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역사의 흐름을 지켜본 고목들이 있다. 서울에서 가장 나이 많은 나무는 몇 살 일까.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고령 나무는 시기념물로 1,00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관악구 신림동 굴참나무(천연기념물 271호)다. 고려 시대 명장 강감찬 장군이 지나가다 꽂은 지팡이가 자라서 나무가 됐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신림13동 2차 건영아파트 단지에 있는 이 나무는 아직도 해마다 굵은 도토리가 열려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가 자체적으로 지정한 보호수 중에서는 도봉구 방학동 은행나무가 올해 872살로 가장 나이가 많다. 높이 25m, 둘레 10.7m로 시보호수 가운데 가장 크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1년전인 1978년에 불이나 소방차까지 동원돼 진화하는 등 나라가 위험에 처하면 스스로 가지를 태워 재앙을 예고해 준다는 소문이 퍼져 애국나무로 불린다.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있는 백송(천연기념물 8호)도 600년을 살아 왔다. 이곳은 조선 말 헌종의 어머니인 신정왕후의 친정이었고, 특히 사랑채는 흥선 대원군이 왕정 복고를 위해 거사를 꾸몄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터에 있는 480여년 된 은행나무는 정승을 길러내는 나무다. 이곳은 조선 중종 때 영의정 정광필의 집이었는데 그가 꿈속에서 정승 허리띠 12개를 나무에 걸어 놓은 뒤 400여년간 12명의 정승을 배출했다고 전한다.
중구 만리동2가에 있는 참나무는 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고 손기정 선수가 히틀러 독일 총통에게 받아 와서 심은 월계관 기념수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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