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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으로 간 도시노인들 "주말농장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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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으로 간 도시노인들 "주말농장은 아니야"

입력
2010.05.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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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노인회 수원 영통지구 시니어봉사대

이달 14일 오후 2시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박지성길(동탄지성로) 옆으로 넓게 펼쳐진 밭에서 노인 30여 명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쪼그려 앉아 고구마 모종을 심었고, 할아버지들은 삽으로 땅을 고르고 물을 길어다 모종 주위에 뿌렸다. 모자와 수건으로 무장했지만 노인들의 이마에서는 연신 땀방울이 떨어졌다. 이들이 입은 연두색 조끼에는 '(사)대한노인회 수원시 영통지구회 시니어자원봉사대'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노인들은 이날 1,300㎡(약 400평) 넓이의 밭에 고구마 모종을 심었다. 옆에 붙어 있는 밭 1,000㎡(약 300평)에는 며칠 전 감자 파종을 끝내 올 봄 주요 농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 지었다. 장마만 잘 넘기면 어른 주먹만한 감자를 수확하고, 늦여름부터는 고구마를 한 가득 캐게 된다. 감자와 고구마가 떠난 자리는 바로 배추와 무가 차지할 예정이다.

도시 노인들이 밭으로 출동했다. 주말농장을 일구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남아 돌아서도 아니다. 노인들이 자진해 밭에서 땀을 흘리는 이유는 단 하나. 홀로 사는 같은 동네 노인들을 돕기 위해서다.

시니어자원봉사대의 밭 농사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불우이웃을 돕겠다고 하자 영통구청이 휴경지 1,000㎡ 정도를 무상으로 빌려줘 감자를 심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70대 노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주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밭일을 거뜬히 해냈다. 지난해 8월 봉사대는 감자 10㎏씩을 영통구의 홀몸노인 140여명에게 전달했고, 경로당과 장애인 작업장 등에도 돌렸다. 가을에는 배추 약 4,000포기와 무를 수확한 뒤 자투리 땅에 심은 고추와 갓 등으로 직접 김장을 담가 주위에 골고루 나눠줬다. 올해는 재배면적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 300명 이상의 홀몸노인들이 이 곳에서 자란 감자와 고구마를 맛볼 수 있게 됐다. 봉사대원 이민재(73·여)씨는 "막상 하기 전에는 '이 일을 언제 다하나' 생각했는데 다 끝낸 뒤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다"고 흐뭇해했다.

시니어자원봉사대는 농사 외에도 초등학교 급식봉사, 노숙인 무료급식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탁두훈(76) 대장이 2004년 결성 당시 14명이었던 봉사대원은 입소문을 타며 65명으로 늘었다. 현재도 함께 봉사하고 싶다는 노인들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 탁 대장은 "부모님께 효도도 제대로 못한 게 후회돼 다른 노인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했다"며 "주변에서 '왜 힘든 일을 사서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은데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이웃을 위해 땀 흘리는 게 우리의 건강 비결이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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