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홍석률 교수 "5월 광주 고립은 지역감정 탓 아니다"

알림

홍석률 교수 "5월 광주 고립은 지역감정 탓 아니다"

입력
2010.05.17 12:41
0 0

5ㆍ18 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아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하다. 올해 30주년을 즈음해 열린 학술대회와 각종 학술지 특집호 등은 5ㆍ18의 의미를 다각도로 짚었다.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5ㆍ18의 위치는 어디인지, 5ㆍ18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이 그 의미를 새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하는 문제의식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기고한 '광주민중항쟁과 죽음의 자각'에서 "5ㆍ18은 군과 학생들의 대결이 직접적인 유혈 사태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민주화운동사에서 정말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교수는 1980년대 운동권이 이전과는 달리 정권과 "네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식의 사생결단을 벌이게 된 이유를 광주의 경험으로 꼽는다. 유신 시절에도 '유신 타도'는 외칠 수 있었지만 '박정희 처단'은 언감생심의 구호였던 데 반해, 80년대에는 '전두환 처단'이 너무나 당연한 운동의 목표가 됐다는 것.

한 교수는 운동이 이념적으로도 급진화되고 과격해진 것도 5ㆍ18의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70년대에 네오마르크스주의나 종속이론 수준에 머물렀던 학생운동 진영의 이론 범위는 80년대 광주를 거치면서 마오쩌둥, 마르크스-레닌주의 교과서를 지나 주체사상과 북한의 원전으로 치달았다"며 "총을 잡았던 기억은 그보다 수위가 낮은 다른 투쟁 형태에 대한 금기를 깨뜨렸다"고 분석했다.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는 '1960년대의 마산과 1980년의 광주'라는 글에서 4ㆍ19가 전국화되고 정권 붕괴로까지 이어진 데 반해 5ㆍ18이 고립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거론하는 일부 분석을 반박한다. 대신 그는 "한국군, 미국, 언론의 태도가 광주의 운명을 갈랐던 중요한 원인"이라고 본다. 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었고, 미국이 정권을 압박했으며,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4ㆍ19와 그렇지 못했던 5ㆍ18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는 것. 그는 "지역감정이 원인이 되어 5ㆍ18이 발생하고 봉쇄되었다기보다는 광주에서만 저항이 발생한 채 결국 고립되었고 항쟁의 취지와 목적이 왜곡 전달되어 이후 지역감정이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4일 열린 '5ㆍ18 민중항쟁 3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서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신군부의 정권 찬탈과 5ㆍ18로 이어진 비극의 원인은 당시 정치지도자들의 안이한 정세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군부의 정치군인들은 북한의 남침설까지 퍼뜨리며 정치권, 학생, 언론을 위축시키는 치밀한 정권 장악 시나리오를 만들었지만 김대중을 제외하고는 이런 정세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전 관장은 "18년 독재를 끝내고 민주화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하는 막중한 시기에 정치지도자들은 소수 정치군인들의 작전에 휘둘리면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계간 '황해문화' 여름호는 '5ㆍ18 의 주체와 성격에 관한 담론의 변화'라는 글을 싣고 5ㆍ18 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과정을 추적했다.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된 (조정환 지음ㆍ갈무리 발행)는 5ㆍ18 이후 30년 간 한국 현대사의 전개를 전두환의 '호헌파'와 김대중, 김영삼으로 대표되는 '개헌파'의 계급적 공모과정으로 파악했다. (김영택 지음ㆍ역사공간 발행)는 1979~80년의 한미 외교문서 등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5ㆍ18의 복원을 시도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