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한 차례 부었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다."
7,500억유로(약 1조달러) 긴급 구제금융에도 불구, 이번에는 독일과 프랑스 등의 대형은행들마저 자금경색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재부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이 같은 불안감으로 17일 유로화는 4년 내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지금까지 시장을 불안케 한 것은 그리스 등 특정 국가의 재정위기였다면, 이번에는 유럽 주요 은행들의 금융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경제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에 5,000억달러 이상의 단기자금을 제공, 돈줄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주요 펀드들이 유럽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대출 축소와 조기회수에 나서면서 유럽 주요 은행들의 자금줄이 급격히 메마르고 있다.
그 동안 그리스를 비롯해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은행들에 국한됐던 자금경색이 지난 주말부터 건실한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의 은행들에게도 파급됐으며, 이들 은행들도 현재 미국으로부터의 단기자금 차입에 애를 먹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은행 간 단기차입의 기준이 되는 '런던은행간 금리(Libor)' 비용이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이는 미국 내 모기지 금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파장이 유로존을 넘어 미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16일 유로존 구제금융과 관련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단지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독일 노조총연맹 연설에서 "유로존 국가간 경쟁력 격차와 재정적자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최근 유로화에 대한 투기도 유로존의 이 같은 경제적 간극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로존 회원국이 그리스에 제공키로 한 145억유로의 1차 지원금이 18일 그리스에 입금될 것이라고 그리스 일간 '타 네아'가 보도했다. 그리스는 19일 90억유로의 국채의 만기가 돌아온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제공한 1차 지원금 55억유로는 12일 그리스 정부에 이체됐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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