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로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손녀가 '올해의 할머니상(the grnadma of the year)'이란 걸 만들어 제게 줄 때, 가족이 힘내라며 격려 이메일을 보내줄 때 힘을 얻곤 했어요."
중동지역 첫 여성 노벨상(화학) 수상자인 이스라엘 출신 아다 요나스(71) 박사가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초청으로 방한했다. 그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프로젝트가 너무 힘들어 어려움을 겪었지 여자라서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리보솜에 서로 다른 항생제들이 어떻게 달라붙는지를 3차원 모델로 제시해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요나스 박사의 집안 환경은 불우했다. 11살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린 시절 읽을 책도 없었고,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학비를 벌어야 했다. 그는 "퀴리 부인이 어떤 분야 과학자인지 몰랐을 정도로 과학에 무지했다"며 "농업을 공부하려다 어머니를 돌보려고 장학금을 받고 헤브루대 화학과에 진학해 공부하면서 화학에 흥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요나스 박사는 여성 과학자로서 성공한 비결을 묻자 "어릴 때부터 뭔가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많아 과학자가 됐고, 그것이 나를 이끌어준 원동력이었지만 가족의 후원과 격려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중고차 주인이 '과학자가 사용한 차라 차가 안 좋다'고 하더라. 요즘 과학자는 벌이도 적고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다"며 과학자가 푸대접 받는 현실을 우려했다.
요나스 박사는 노벨상 수상을 열망하는 한국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노벨상 타는 과학자로 키우기 위해 강요하고 밀어붙이는 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계했다. 그는 "일본과 비교해 해외에서 활발히 연구하는 한국 과학자가 돌아와도 연구를 지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요나스 박사는 기자간담회에 앞서 노벨상을 꿈꾸는 과학 꿈나무 200여명에게 한 특별 강연에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리보솜 연구를 하겠다고 하자 주변 과학자들은 '꿈꾸지 말라'며 회의했지만 저는 제 영감과 도전정신을 잃지 않고 밀어붙여 성과를 얻었다"며 "여러분도 포기하지 말고, 호기심을 가져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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