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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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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반성

입력
2010.05.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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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을 써본 지가 오래 됐다. 이건 반성할 일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오만했다는 뜻이다. 반성 없이 살았다는 반성이다. 반성(反省)은 좋은 일이다.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는 '삼성오신(三省吾身)', 하루에 세 번씩 반성했다. 이웃을 위해, 벗을 위해, 스승의 가르침에 대해 반성했다.

삶을 완성하는 데 반성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미덕이다. 뜬금없이 대통령이 '촛불집회'와 관련해서 반성을 요구했다. 나도 촛불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기에 대통령의 반성 요구가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의 '반성문 제출해!'처럼 들렸다. 해서 억지라도 반성문을 써보려고 해도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

나는 반성문 대신 '어떤 사람의 말은 가시처럼 악착같아서 한번 몸에 달라붙으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썼다. 의 지은이 소로가 1839년 6월4일에 쓴 일기의 전문이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커다란 대한민국을 위해 작은 촛불을 들었다. 모두가 그랬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반성하라고 하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대통령은 촛불을 든 국민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5·18 30주년이다. 이 30년 동안 아직 반성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진짜 반성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어둡다. 너무 어둡다. 아무래도 다시 촛불을 켜야겠다. 촛불을 들고 '역사'라는 것이 바로 걸어가고 있는지 또렷또렷하게 지켜봐야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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