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는 껍데기에 불과해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내면에 있죠."
소피 부즐로(Sophie Vouzelaudㆍ23)는 손바닥으로 앙가슴을 여러 차례 쓸어 내렸다. 내면을 뜻하는 수화다. 그는 선천성 청각장애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2007년 미스 프랑스대회 결선에 진출,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뭇 미인대회 당선자들이 하도 많이 한 상투어라 식상해진 지 오래고, 심지어 반어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그가 그렇게 말하자 달리 느껴졌다.
17일 오후 100여명의 학생들이 모인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 소극장에서 소피 부즐로의 '미스 프랑스가 생각하는 여성의 미(美)'강연이 열렸다. 그는 최근 자서전 출간에 맞춰 방한했다.
그가 입을 떼자 금세 끊어질 듯한 엷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캡슐 같은 곳에서 태어났지만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이곳까지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 장롱 속의 옷을 몰래 꺼내 입어보곤 했다는 그의 꿈은 모델이었다. 그 꿈을 위한 발판으로 3년 전 미스 프랑스 선발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2007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그는 캡슐을 깨고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모델 활동뿐 아니라 영화 출연도 하며 장애인 문화 향유권 투쟁운동 등에도 앞장서고 있다.
부즐로씨는 외모에 치중하는 현대사회에 대해 불편해했다. 그는 "현대사회가 여성의 가치를 외적인 아름다움에 치우쳐 보다 보니 불행히도 진정한 마음의 아름다움이 잊히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외모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마음이 불편하면 아무 소용없다"며 "내면의 미를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스 프랑스 선발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은 내가 가진 외적인 것에 대해 점수를 매겼을지언정 방송을 통해 나에게 많은 표를 던져주었던 이들은 달랐다"며 "내가 예뻐서라기보다 내가 장애를 이기기 위해 보였던 노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얘기해 준 것"이라고 했다. 몸매를 가꾸기 위해 다이어트나 운동 등은 하지 않는다는 그는 반면 장애를 이기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눈과 손으로 얘기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뭐냐고 묻자 그는 "개인이 가진 고유한 능력과 지성,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 등이 혼합된,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답했다.
현재 배우와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부즐로씨는 앞으로 TV프로그램에 수화자막 넣기, 장애인들을 위한 도서관 건립 등 장애인 복지투쟁에 더욱 힘쓸 예정이다. 그는 이날 강연을 마지막으로 18일 프랑스로 출국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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