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투혼을 사르던 이동국(전북)에게 또 다시 불운이 찾아 들었다.
축구 국가대표팀 의무진은 17일 이동국이 허벅지 근육을 다쳐 완치까지 3주 가량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친선 경기에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21분 이상을 호소하며 이승렬(서울)과 교체됐다.
이동국으로서는 월드컵을 앞두고 세 번째 맞는 불운이다. 이동국은 98년 네덜란드와의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후반 서정원과 교체 투입돼 한국 대표팀 월드컵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우며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이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번번이 불운에 고개를 숙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이동국을 제외했다.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것이 탈락 이유였지만 2000년 이후 거듭되는 부상을 감내하며 월드컵의 꿈을 키워왔던 이동국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한일월드컵 엔트리 탈락 후 슬럼프에 빠졌던 이동국은 군 입대를 고비로 재기에 성공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하며 대표팀 주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06년 4월 인천과의 K리그 경기에서 무릎 십자 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고 월드컵의 꿈을 접었다.
이동국은 2007년 7월 아시안컵 본선을 고비로 또 다시 슬럼프에 빠졌다.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인한 1년간 대표팀 자격 정지에 이어 2008년 미들즈브러(잉글랜드) 퇴출의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K리그 득점왕과 MVP를 거머쥐며 재기에 성공, ‘허정무호’에도 승선했다.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2-0)에서는 선제 결승포를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허심’을 확신하지 못한 이동국은 허벅지 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 에콰도르전 출전을 강행했고 사력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빈 끝에 부상을 당했다.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6월12일 오후 8시30분)까지 시간은 있지만 문제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할 최종 엔트리 시한이 6월2일(한국시간)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때까지 몸 상태를 완벽하게 만들지 못할 경우 허정무 감독이 그를 발탁하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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