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24ㆍ스페인ㆍ랭킹 2위)과 로저 페더러(29ㆍ스위스ㆍ랭킹 1위).
세계 테니스를 주름잡고 있는 양대산맥이다. ‘테니스의 모든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황제’ 페더러. 통산 4대 그랜드슬램(호주, 프랑스, 윔블던, US오픈) 달성은 물론 테니스 메이저대회만 16차례 석권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 같은 기록은 이전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갈아치우기 어려운 위업임에 틀림없다.
페더러는‘미래에서 온 테니스 선수’라는 평을 들은 피터 샘프러스(미국)의 기록(메이저 14차례 우승)을 훌쩍 뛰어 넘은 데 이어 대회 출전자체가 테니스역사를 새로 쓸 정도다. 그런 페더러가 유일하게 무릎을 꿇는 단 한 명의 선수가 있다. ‘왼손 천재’ 나달이다.
나달이 17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마스터스 시리즈 마드리드오픈(총상금 283만5,000유로)에서 페더러를 세트스코어 2-0(6-4 7-6)으로 꺾고 18번째 마스터스 타이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마스터스는 메이저 대회인 4대 그랜드슬램에 버금가는 타이틀로 역대 최다 우승자는 은퇴한 앤드리 애거시(미국)와 나달이 17차례 석권해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애거시가 프로데뷔 19년차이던 35세때 쌓은 금자답이라면 나달은 불과 10년차 24세때 애거시의 기록을 뛰어넘고 마스터스 왕중왕에 올랐다. 나달은 또 같은 해 클레이코트 3대 마스터스 시리즈(몬테카를로, 로마, 마드리드)를 모두 지배한 첫 번째 플레이어로 이름을 새겼다.
역대 전적 7승14패가 말해주듯 페더러는 나달만 만나면 유난히 위축된다. 이들은 클레이코트에서 12번(이중 11번이 결승전) 만나 나달이 10개의 트로피를 챙겼다. 역대 21차례 맞대결 중 결승에서만 17차례(나달 12승) 충돌한 이들은 오른손과 왼손잡이라는 대척점처럼 경기스타일도 판이하다. 페더러가 총알서브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인 반면 나달은 강력한 탑스핀을 먹인 리턴 샷으로 맞불을 놓는 앙숙이었다. 이날 경기도 페더러가 서브에이스에서 9-2의 우위를 보였지만 결국 챔피언의 자리는 나달의 몫이었다.
나달은 경기 직후 “페더러를 상대로 한 승리는 항상 특별한 일이다”며 “오늘 경기도 매우 힘들고 어렵게 헤쳐나갔다”고 패자를 배려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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