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은 경험과 이름 값보다 패기를 선택했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17일 발표한 남아공 월드컵 원정 멤버 26명의 면면을 살펴 보면 89년 생 ‘영건 3인방’을 비롯 ‘허정무호’에 뒤늦게 발탁된 이들이 대거 포함된 점이 가장 큰 특색이다.
2009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 멤버인 구자철(제주)과 김보경(오이타), 이승렬(서울)은 나란히 원정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남아공 월드컵 출전 꿈을 이어가게 됐다. 특히 구자철과 김보경은 ‘허정무호’ 출범 후 터주대감 노릇을 했던 조원희(수원)와 김치우(서울)을 제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조원희는 ‘허정무호’ 출범 초기 김남일(톰 톰스크)과 함께 붙박이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김치우는 왼쪽 풀백과 왼쪽 측면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남아공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중용됐다. 그러나 구자철과 김보경은 지난 1월과 2월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잠재력을 검증 받았고 패기를 바탕으로 역전 레이스에 성공했다. 구자철과 김보경은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소속팀에서도 이어갔다. 구자철은 K리그에서 3골 3도움을 기록하며 ‘제주 돌풍’의 구심점 노릇을 하고 있고, 김보경은 J2리그에서 6골을 터트리며 득점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이승렬은 올 들어 A매치에서 작렬한 3골이 엔트리 발탁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특히 16일 에콰도르전(2-0)에서 터트린 선제 결승골로 최종 엔트리 선발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미드필더 신형민과 김재성(이상 포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표급 선수로 분류되지 못했던 이들이다. 지난 1월 해외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릴 때만 해도 신형민과 김재성이 남아공 월드컵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A매치에서 빼어난 경기력으로 ‘이름 값’을 뛰어 넘었고 에콰도르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허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했다.
특히 청소년 대표팀 선발 경험도 없는 김재성의 경우 ‘인생역전’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모자람이 없다. 수원공고와 아주대를 거쳐 2005년 부천 SK(제주 전신)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재성은 지난 1월 허 감독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 대표팀 예비 명단에 들지도 못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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