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시절이던 98년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오픈에서 맨발 투혼으로 정상에 올랐던 박세리(33)가 이번에는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3년 만에 통산 25승째를 신고했다.
한국여자골프의 맏언니 박세리가 지독한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박세리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 골프장(파72ㆍ6,646야드)에서 열린 벨 마이크로 LPGA 클래식에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브리타니 린시컴(미국)과 세 번째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박세리는 2007년 7월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른 뒤 3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
1977년 9월27일에 태어난 박세리는 32세7개월19일의 나이로 정상에 올라 역대 한국선수 L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구옥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부회장이 88년 스탠더드 레지스터에서 우승했을 당시의 31세6개월27일이었다.
박세리에겐 행운이었다. 3라운드까지 13언더파 203타로 페테르센, 린시컴과 공동 선두였던 박세리는 4라운드가 악천후 탓에 3번홀까지 치른 뒤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박세리는 보기 1개로 한 타를 잃었고 린시컴은 버디 1개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나서 있었다.
하지만 공동 3위로 밀려난 박세리는 날씨가 계속 좋지 않았던 덕에 4라운드가 아예 취소되자 3라운드까지 공동 1위였던 페테르센, 린시컴과 함께 연장 승부를 펼쳤다.
이 대회 전까지 연장전 5전 전승이었던 박세리는 노련한 플레이로 상대의 기세를 눌렀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에서 먼저 페테르센이 2차 연장전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탈락했다.
린시컴과 다시 18번홀에서 만난 박세리는 티샷이 벙커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으나 두 번째 샷을 홀 3m 안쪽에 붙여내며 승기를 잡았다. 두 번째 샷이 홀 앞쪽 벙커에 들어간 린시컴은 힘겹게 파로 막아냈지만 박세리는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연장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박세리는 세계랭킹 4위인 페테르센의 우승을 저지하면서 ‘세리 키즈’ 신지애(22ㆍ미래에셋)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지켜줬다.
박세리는 “오랜 만에 우승을 해 더욱 기쁘다. 예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참고 기다린 것이 오늘의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활짝 웃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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