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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천안함 숙제 어찌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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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천안함 숙제 어찌 풀까

입력
2010.05.1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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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사태 원인 조사 결과 발표가 개봉박두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함체 및 바다 밑 곳곳에서 나온 고성능 폭약 RDX와 금속 파편을 이용해 침몰 원인에 얼마나 접근했느냐다.

만약 군이 일찍이 확보해 둔 북한 훈련용 어뢰의 몸체와 이번에 원인 조사 과정에서 수거된 금속 파편의 성분이 일치한다면 가장 간단하다. 이 경우 북한 소행이 확실하니 지금까지 거론되던 제재 패키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에 의한 대북 제재,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 금지, 모래 수산물 등 북한산 물품 반입 중단 등을 검토해 왔다. 무력 응징도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는 위험한 도박이어서 피해야 할 카드다.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RDX 성분 분석이나 금속 파편 조사에서 북한이 연루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거나 정황이 있지만 미약한 경우에도 선택은 어렵지 않다. 억울하지만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경우다. 북한이 연결됐다는 물증은 없지만 간접 증거가 상당 부분 나오는 것 말이다. 필자는 이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군은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서 절단면 및 바닥 모습, 내부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외부 폭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100% 확신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설명이 합리적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북한의 공격으로 생각할 개연성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조만간 있을 조사 결과 발표에서 북한 연관 정황이 한두 가지 더 나오면 북한 관련설은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스모킹건(결정적 단서)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훈련용 어뢰와의 비교 조사는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북한은 아마 수많은 종류의 어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군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북한 어뢰는 단 한 종류, 그것도 훈련용이다. 성분이 일치할 확률은 확 떨어진다. 북한을 직접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뜻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보수 쪽은 “북한에게 응분의 조치를 취하라”고, 진보 쪽은 “증거도 없는데 안 된다”고 한바탕 전쟁을 벌일 게 뻔하다. 군이 제시한 단서를 놓고서도 서로 “이게 스모킹건이다” “확실한 증거는 아니다”고 논란을 벌일 것이다.

이처럼 논쟁적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큰데도 정부는 이번 사태를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제재키로 했다고 한다. 미국이 이에 동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모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스모킹건이 없다면 유엔 안보리 회부는 안 된다. 미국은 겨우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보이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채택도 되지 않을 것을 중국과의 갈등까지 감수해 가면서 밀어붙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외교력으로 중국의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엄청난 반대급부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다른 강대국도 마찬가지다.

반면 북한 상선 영해 통과와 북한 물품 수입을 금지하는 카드는 고려해 볼 수 있다. 사실이 조치들은 이번 사태가 아닌 북한의 개성공단 및 금강산 자산 동결 조치 때 바로 발동됐어야 할 대북 제재다.

지금 한국은 외줄을 타고 가는 곡예사와 같다. 한 발 삐끗하면 떨어져 죽는다. 정부가 마지막 치열한 고민 속에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해답을 찾았으면 한다.

이은호 정책사회부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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