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워킹맘을 부탁해] 2부 (5·끝) 좌담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워킹맘을 부탁해] 2부 (5·끝) 좌담회

입력
2010.05.16 17:43
0 0

■ "남성은 물론 기업·사회도 아이 돌보는 문화 만들어야"

워킹 맘은 괴롭다. 일도 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다. 본보는 '워킹 맘을 부탁해' 1, 2부를 통해 이런 답답한 현실을 고발했고 이 상황을 타개할 대책도 모색해 봤다.

이번 시리즈를 모두 정리하면서, 전양숙(34) 유한킴벌리 커뮤니케이션부 과장, 정현숙(31) 한국산업인력공단 실기시험팀 과장 등 2명의 워킹 맘과 정부의 워킹 맘 문제 담당자인 권영순(48) 노동부 고용평등정책관, 좋은 아버지 되기 운동을 벌여 온 천준호(39) 전 한국청년연합회 공동대표를 초대해 워킹 맘 대토론회를 가졌다. 11일 정부과천청사 노동부 회의실에서 열린 대토론회에서 이들은 1시간 30분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아픔을 나누고 미래도 얘기했다.

- 워킹 맘이 실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정 과장="한국산업인력공단을 다니는데 본부에 어린이집이 3월 개원했다. 때마침 아기가 태어나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친정어머니가 1년만 봐 준다고 했었는데 마침 돌이 지나서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 매일 아이를 맡기고 찾아가는데 산업인력공단은 사업 특성상 조기 출근이 많다. 나도 보통 오전 7시30분께 문제지를 수령해 시험장에 간다. 오늘도 빨리 준비하느라 자는 애 깨워서 출근했는데도 좀 늦었다. 남편이 아이를 늦게 데려다 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대분분 기업에서는 유연근무제가 있더라도 근무 특성이 배려되지 않아 도움이 안 된다. 시차근무제를 도입해도 근무 연속성 때문에 적용 가능한 직무는 별로 없다."

전 과장="2005년과 2008년에 아이를 2명 낳았다. 제도가 좋아지는 추세인 것은 확실하다. 유한킴벌리에는 지금 7 to 4(오전 7시 출근해 오후 4시 퇴근)나 8 to 5제도가 잘 정착됐다. 직원들은 육아나 대학원 진학 등을 위해 활용한다. 2000년대 들어 제도 도입 때 업무 차질을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결단하는 게 어려울 뿐이었다."

권 정책관="한국은 장시간 근로나 획일적 근무제가 일반화해 있다. 직장 문화와 가정 문화가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경영진의 의식 구조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려면 관련 직무나 업무 인수 등 프로세스를 정밀하게 설계해야 하는데 기업들 관심이 부족하다. 정부는 양성 평등에 기반해 아버지도 육아를 돕는 문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 권 정책관은 가정에서 많이 도와주는 편인가.

권 정책관="(웃음) 과거에 많이 안 하다가 최근에 청소나 설거지도 한번씩 해본다. 가사 분담 노력 중이지만 평일에는 하기 어렵다."

천 전 대표="사회적으로 워킹 맘이 중요 문제화한 배경이 있다. IMF 사태를 기점으로 이전에는 각 가정이 1인 생계, 1인 근로였고, 엄밀한 역할 분담이 있었다. IMF 이후 1가정 2인 생계가 일반화했다. 따라서 이런 2인 생계 가정이 아이 낳고 키울 수 있는 조건이 돼야 하는 데 사회 인식, 기업 환경, 제도는 이전 시대와 같다. 일반인은 애 하나 이상 낳기 어렵다. 용감한 사람이나 어쩔 수 없는 사람이 애 낳는 것이다. 결단력과 판단력 있는 사람은 아예 안 낳기도 한다. 애들은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인식도 문제다. 남성은 돈 벌어서 학원 보내는 역할로 스스로를 제한한다. 육아는 부모 모두의 행복이다. 성장의 중요한 시기에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걸 포기한 많은 아버지가 청소년기부터 아이와 단절되고 가족에서 소외된다."

정 과장="아이가 15개월 됐고 첫아이다. 주변에서 둘 낳으면 자기들끼리 큰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둘째 생각은 전혀 없다. 남편과 연애할 때 트러블이 없었는데 애 낳고 많이 싸우게 되더라. 이런 이기적인 사람이었나 싶었다. 직장에서도 솔직히 싱글일 때 일했던 수준과 업무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일할 때도 신경의 몇 퍼센트는 가정에 있고, 회사 나오면 잊어버린다. 제도적 개선과 함께 정부와 가정, 사회가 가정 친화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또한 출산과 육아 위한 많은 제도들을 출산 후 인터넷 등을 통해 알았는데 문제는 문구를 읽어도 말이 어려워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다. 공공 기관에서 일하고 비슷한 문건을 만드는 내가 봐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겠나. 차상위계층 저소득층 등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다."

권 정책관="그래서 총리실 저출산협의체에서 여성 지원과 정부 정책을 한 홍보 팸플릿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안이 나왔다. 노동부의 일과 가정 양립 정책 팸플릿을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의 정책과 종합적으로 묶어 홍보할 방침이다."

전 과장="제도적 포커스가 여성막?된 게 많은데 출산 및 육아 정책을 여성 말고 아이를 가진 모든 사람으로 해야 한다. 남편이 '육아 정책 등을 당신이 알고 있으니 당신이 해라'고 말하면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일본도 워킹 맘으로 접근했다가 주부로 옮겨 갔고 직장의 가족 친화 문화로 포인트가 변화해 갔다. 워킹 맘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저출산 대책의 초점이 영ㆍ유아 부모에게만 맞춰져 있는데 생애 주기별 가족 책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근로자가 아이 가졌을 때, 독신일 때, 고령자를 부양할 때, 고령이라서 건강상 문제가 생길 때 등으로 나눠 접근해야 내부 반발도 없고 문화도 바뀐다. 한쪽에만 초점을 맞추면 다른 이에게 뭔가 뺏긴다는 느낌을 준다."

권 정책관="한쪽 편만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맞지 않다는 것에 동의한다. 가족 친화 운영 기업에게 세제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직장 내 육아 부담이 있는 남녀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을 임의규정에서 의무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육아기 이전에 초과근로나 연월차휴가 덜 쓴 것을 모아 육아기에 쓸 수 있게 육아기 근로시간계좌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천 전 대표="아이 낳으려면 산전휴가를 제일 먼저 쓰게 된다. 그런데 산전휴가 쓰는 여성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2006년 고용보험 가입 여성 중 산전휴가 쓴 사람이 30%다. '휴가 쓸래 아니면 그만둘래. 그만두면 실업급여보험 6개월치 해 줄게'하는 기업이 많다. 육아휴직은 상식이 통하는 직장에서도 사용 비율이 아직 낮다. 2008년 2만9,000명이 썼다. 그 해 출산자가 46만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 대책이 '아이 많이 낳는 게 애국이다'는 식으로 가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셈이다."

- 천 전 대표는 부인이 출산하면 남편에게 1개월의 휴직을 의무화하고 월급을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파파쿼터제 도입을 주장해 왔는데….

천 전 대표="파파쿼터제까지 말하는 것은 심각성 때문이다. 지금 상태에서는 아버지가 육아휴직하면 주변에서 '직장 생활 포기했나 보다'고 한다. 실제 아버지 육아휴직자가 2008년에 355명이었는데 그 중 236명이 공무원이었다. 일반 기업은 100명뿐이었다. 최근에도 안 늘어났다. 유명무실하다면 대책 필요하다."

권 정책관="육아휴직 의무제를 도입하면 기업의 인력 운용이 흐트러진다. 여성할당제도 안 되는데 파파쿼터제 도입까지는 힘들 것이다."

정 과장="남자가 아이와 낮에 산책하거나 놀이터에 나가면 신기한 듯 수근거린다. 이 같은 사회적 편견을 깨기 위해서 파파쿼터제라는 주장까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과장="개인이 풀어야 하는 측면과 사회가 풀어 줘야 하는 부분은 다르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 순전히 개인이 육아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모에게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실제로 나는 둘째 맡긴 지 2주일 만에 친정어머니가 어깨에 문제가 생겨 수술 중이다. 할머니 골병 드는 나라다."

정 과장="애 낳기 전엔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낳고 보니 주변에서 받아야 할 도움이 너무 많다. 친정어머니도 병원 치료를 받으며 애를 봐 준다. 회사 부모 신랑 모두에게 죄인이 된다. 고민에 빠지면 나는 뭐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 아닌가 하는 갈등을 겪게 된다."

권 정책관="이번 한국일보의 기획시리즈를 통해 정부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필 수 있었다. 현장에 접근 가능한 정책을 설계하도록 노력하겠다. 정부 정책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앞으로 홍보를 강화해서 좋은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

진행=박석원기자 spark@hk.co.kr

정리=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