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전에 들여온 제품은 이미 모두 팔렸습니다. 대기 수요가 일어날 만큼,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거든요. 한국에 추가 물량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니 3차원(3D) TV요? 아직까지 구경도 못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제품 출시를 9월로 연기하겠다는 메시지만 받았거든요. 올해에만 벌써 이번이 두 번째 연기 통보입니다."
12일(현지시각) 월드컵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최대 휴양지인 케이프 타운내 마련된 캐널 워크 대형 쇼핑센터.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드나든다는 이 곳에서 감지된 한ㆍ일 3D TV에 대한 현지 시장 평가는 확실하게 엇갈린 듯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이 곳에서 3D TV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홍보전으로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인지도를 끌어내고 있었던 반면, 소니 및 파나소닉을 포함한 일본 업체들은 월드컵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이로써 남아공 월드컵 축구 대결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끌었던 '한ㆍ일간 3D TV 대전'도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메이드인 코리아 3D TV, 남아공 시장 선점
이날 다소 이른 시각인 오전 11시경부터 캐널 워크 쇼핑센터내 삼성전자 매장을 찾기 시작한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눈길을 돌린 곳은 단연 3D TV 코너. 55인치 제품이 고가인 5만2,000랜드(약 780만원, 1랜드에 150원 기준)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평일 평균 100명 가량이 다녀간다는 이 곳 매장의 인기 상품 1위는 3D TV란 게 현지 매장 점원의 귀띔이었다.
즉석에서 삼성전자 3D TV 구매를 결정했다는 드월츠 스콜츠(38ㆍ파이낸셜 매니저)는 "3D 전용 안경을 끼고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만화를 살펴봤는데, 화질이 좋은 것 같다"며 "가격 부담이 조금 있지만, 고민 끝에 제품을 구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달 초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초고화질(풀HD) 발광다이오드(LED) 3D TV 로드쇼를 진행한 LG전자도 남아공 최고 인기 축구국가대표인 매튜 뷰스를 초청, 사인회를 진행하면서 3D TV 런칭을 성황리에 마쳤다. LG전자는 6월말까지 케이프 타운과 더반을 비롯한 남아공의 주요 도시에서 3D TV 런칭 행사를 잇따라 열고 현지 시장에서의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日 3D TV, 아직 현지 진열도 안돼…인지도 하락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이 같은 행보와는 달리, 일본 업체들의 남아공 현지 3D TV 시장 진출 속도는 지극히 더딘 편이다.
남아공 케이프 타운에서 5년간 종합 가전 매장인 오디오비전을 운영해 오고 있다는 볼스킨크 매니저는 "올해 월드컵 전에 3D TV를 내놓겠다고 했던 소니가 지난 번에 7월말로 3D TV 출시를 연기한다고 하더니, 어제는 9월말로 또 늦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며 "광고만 요란하게 했을 뿐이지, 정작 판매되는 소니 3D TV는 남아공에 한대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니 제품을 소개하는 이 매장 코너에는 일반 액정화면(LCD) 제품을 구매할 경우, 추첨을 통해 3D와 관련된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을 제공하겠다는 광고물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실제 남아공 현지에선 3D TV를 월드컵과 연계시켜 제작된 소니의 대형 광고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3D TV 제품 홍보에 소극적이었던 파나소닉은 월드컵 개막 시점에 맞춘 6월초에 3D TV 제품을 현지에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현지 전자 업계에서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한ㆍ일 TV 업체간의 격차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7억7,8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3D TV 시장 규모는 2013년 62억2,300만달러로 급증한 데 이어, 2015년 121억800만달러까지 성장한 다음 2017년엔 154억2,300만달러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글·사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 타운=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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