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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하하하' 레드카펫 두 번 밟는 윤여정 "드레스 두벌 준비 60넘어 일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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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하하하' 레드카펫 두 번 밟는 윤여정 "드레스 두벌 준비 60넘어 일냈어요"

입력
2010.05.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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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한 번도 영광일 텐데 두 번이나 세계 최고 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는다. 그것도 한꺼번에 두 작품으로, 지구촌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는다. 한국 배우로는 2004년 유지태('올드보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이후 두 번째다. 제63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하녀'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출품한 '하하하' 두 작품에 다 출연한 윤여정(63) 이야기다. '숨겨진 칸의 여인'이라 할 만하다.

"이순을 넘은 나이가 되어서야 해외 영화제를 처음 경험한다"는 윤여정을 15일(현지시간) 오후 만났다. 날씨는 잔뜩 찌푸려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고 답변은 화통했다. 그는 '하녀'에서 현실에 순응하는 나이 많은 하녀 병식을, '하하하'에선 예술가를 사랑하는 개방적인 성격의 식당 주인을 각각 연기했다.

윤여정은 "드레스 두 개를 준비하는 행복한 사고가 벌어졌다. 살다보니 죽기 전에 좋은 일이 생기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칸에 오면 뒷골목이라도 가보려고 했는데 이틀 연속 한숨도 못 잘 정도로 바쁘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해외 언론 4개와 인터뷰를 소화했고, 16일에는 해외 언론 인터뷰 일정만 9개가 잡혀 있었다.

그에 대한 칸의 평가는 높기만 하다. 미국 연예주간지 할리우드 리포터의 칸 영화제 일일 소식지는 "가장 복잡한 역할로 영화를 지배한다"는 상찬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쏟아지는 찬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럼 이제 할리우드 가야겠네?"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에게 '하녀'는 특별하다. 1960년 동명 원작을 연출한 고 김기영 감독이 1971년 이 영화를 새롭게 만든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했기 때문이다. 그는 "39년 전 출연한 영화에 다시 나오는 배우는 많지 않다"며 "촬영을 할 때 남달랐고 자랑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님은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촬영 중 수많은 쥐를 떨어뜨리는 등 '저 사람 변태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싫어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 감독님 말 안 듣고 군소리도 많이 해 후회가 많다"는 그는 "조금 늦게 태어났더라면 칸에서 황금종려상도 탔을 분인데 제가 대신 온 거라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1967년 TBC 공채 탤런트 3기로 연기를 시작한 윤여정은 1972년 미국으로 이민 갈때까지 잘나가는 배우였다. "주변에서 잘한다고 해서 내가 굉장한 배우인 줄만 알았던"시기였다. 하지만 그런 그도 자신이 연기한 '하녀'의 병식이 입에 달고 사는 '아ㆍ더ㆍ메ㆍ치'(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다)한 수모를 겪기도 했다. 1985년 가수 조영남과 이혼하고 연기에 복귀한 뒤다. "내가 미국으로 떠날 때 무명이던 한 후배가 대스타가 되더니 촬영장에서 '그렇게 연기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정도로 치욕적이었다. 그 상처가 나를 배우로 만든 것 같다. 결국 인생은 다 내 탓이다. 그때 내가 다시 연기를 떠났다면 이런 이야기도 못하지 않나?"

그는 2003년 '바람난 가족' 이후 임상수 감독의 작품마다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처음 접했을 땐 극단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땐 돈이 필요해서 '바람난 가족'에 출연했다"고도 했다. "임 감독은 김기영 감독처럼 사람 관찰을 참 많이 한다. 그가 연출을 잘해서 내가 좋은 말을 듣는 것이다." 윤여정은 "어렸을 땐 감독과 논쟁하며 연기하면 잘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하녀'를 찍으면서 감독이 죽으라면 죽을 듯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전도연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남들이 하고 싶어하는 역을 하고 싶지는 않다. 같은 옷 입은 사람 보면 기분이 나쁜 것과 같다. 난 도전 의식이 강하다. 예뻐 보이려고만 연기하는 배우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연기를 잘하면 예뻐 보인다. 연기를 못하면 '쟤는 피부가 왜 저래, 코는 왜 그러고?'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내가 연기를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잘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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