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대(일명 '레드셔츠')와 군경 간 충돌이 전쟁을 방불케 한 13일부터 16일까지 방콕 중심가에서 시위대 31명이 숨지고 230명 이상이 다치는 최악의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태국군은 시위대가 점거 중인 방콕 라차프라송 거리 주변 라차프라롭 지역을 15일부터 '실탄 발사구역(Live Firing Zone)'으로 지정, 이곳에 진입하는 시위대를 무조건 사살하겠다고 선언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방콕에서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국 사태가 사실상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세력과 현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 정부 간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14일 이후 두 달여 동안 시위과정에서 희생된 사망자 수는 총 59명으로 늘어났다.
태국 정부는 13일 북부와 북동부 지역의 15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16일 시위가 극렬한 지방 5개 지역을 추가하면서 비상사태 선포지역을 확대했다. 또 17일과 18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시위대 봉쇄 작전을 유지키로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5일과 16일 라차프라송 거리 일대에선 태국군의 실탄 발사구역 지정에도 불구, 시위대와 군경 간 유혈충돌이 이어졌다. 군은 저격병들을 주요 건물에 배치해 시위대를 겨냥했고 시위대는 타이어에 불을 붙여 군경의 사격을 피하면서 화염병과 사제폭탄 투척 등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15일에만 8명의 시위자들이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16일에도 한 여성이 시위대를 지켜보다 총에 맞아 숨진 것 같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피싯 총리는 이날 TV연설에서 "국가 정상화와 평화 회복을 위해 봉쇄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사태 해결을 위해선 시위대가 라차프라송을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산선 캐우캄넛 태국군 대변인도 "곧 시위대 점거지역에 군이 진입해 강제해산에 나설 수 있다"며 "강제해산 작전 시기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태국 군 당국은 16일 한때 방콕 일부 지역에서 시위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통행금지를 시행하려 했지만 시민 불편을 우려해 유보했다.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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