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6만 2,000여 대관중이 운집한 상암벌이 승리의 함성으로 끓어 올랐다. '허정무호'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출정식을 시원한 승리로 장식하며 홈 팬들에게 16강 진출의 희망을 선사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친선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이승렬(FC서울)의 선제골과 이청용(볼턴)의 쐐기포에 힘입어 2-0으로 승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마지막 여정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허 감독은 이동국(전북)과 염기훈(수원)을 최전방에 내세운 4-4-2 포메이션의 베스트 11을 가동했고, 왼쪽 날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염기훈의 자리를 수시로 바꿔가며 에콰도르 수비진 공략에 나섰다. 한국은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으며 0-0으로 하프 타임을 맞았다. 특히 전반 37분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맞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선제골 사냥에 실패했다. 상대 오른쪽 엔드 라인으로 흐르는 공을 이동국이 포기하지 않고 슬라이딩으로 잡아낸 후 올린 크로스를 골지역 정면에서 염기훈이 헤딩 슛했지만 크로스바를 강타하는데 그쳤다.
허 감독은 후반 들어 박지성 대신 이청용(볼턴)을 투입하며 공격 라인에 변화를 줬다. 후반 14분 김재성(포항)이 상대 패스를 차단해 치고 들어가 올린 크로스를 이동국이 멋진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 막혔다.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놓친 한국은 후반 들어 중앙 수비진이 흔들리며 몇 차례 아찔한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답답하던 흐름을 바꿔 놓은 이는 후반 21분 이동국과 교체 투입된 '젊은 피' 이승렬이었다.
이승렬은 그라운드에 나선지 7분 만에 찾아온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집중력을 과시하며 남아공 월드컵 출정식의 영웅이 됐다. 한국측 수비진영에서 나온 롱패스를 상대 미드필드 중앙에 있던 염기훈이 헤딩으로 문전으로 연결했고 아크 왼쪽에서 공을 낚아챈 이승렬은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쇄도, 왼발 슛으로 에콰도르의 골문을 열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바짝 조였고 이청용은 후반 39분 특유의 스피드로 멋진 추가골을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질풍처럼 상대 문전으로 쇄도한 이청용은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가 흐르는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마무리, A매치 3호골을 작렬했다.
남아공월드컵 이전 국내에서 치른 마지막 A 매치를 시원한 승리로 장식한 대표팀은 경기 후 출정식을 갖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의지를 다졌다. 레이저쇼가 펼쳐지는 가운데 예비 엔트리 30명이 차례로 호명됐고,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허 감독은 "남아공에서의 승리를 열망한다. 대표팀은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당당하고 유쾌한 승부를 펼칠 수 있도록 팬들의 많은 응원을 바란다"고 출사표를 밝혔다.
대표팀은 17일 오전 11시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회복훈련을 치른 후 2박3일의 휴가를 갖고 19일 재소집된다. 26명의 원정 엔트리는 이르면 17일 오후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 허정무 감독의 말 "경쟁력 있는 선수 찾았다"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향한 첫 걸음을 잘 마무리해 만족한다. 공격수 3명을 기용했는데 이동국은 피로한 상태인데다 발목 부위가 완전치 않음에도 열심히 뛰어줬다. 또 염기훈은 아직 미숙하지만 스트라이커로 활용할 만하다. 이승렬은 어리지만 결승골을 넣어줘 많은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김재성이 조커 자원으로 유용하다고 생각하는데 부상을 당해 아쉽다. 기성용은 오랫동안 경기에 못 나가 감각을 찾아가는 단계다.
본선에서 강팀과 상대하기 때문에 우리 팀이 보다 강해져야 한다. 수비뿐 아니라 미드필더, 공격진 모두 앞으로 강한 팀과 평가전을 통해 나타나는 단점을 보강하고 우리의 장점을 키워야 한다. 이번 평가전은 마지막으로 못 봤던 선수들을 보는 계기였다. 기존 경기와 비교해 누가 경쟁력 있는 선수인지를 봤다. 일본전은 본선을 겨냥해 어디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고려해 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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