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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선수 교체" 개미들의 반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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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선수 교체" 개미들의 반란 성공할까

입력
2010.05.1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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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들어 국내 증시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른바 '선수 교체'. 연초 이후 상승랠리에서 부동의 '주전'이었던 외국인들이 그리스 재정위기의 여파로 국내 증시를 떠나자, '벤치멤버'신세를 면치 못했던 개인들이 그 공백을 메운 것이다. 개인들은 이달 들어 2조원 넘게 '주식 쇼핑'에 나서면서, 외국인의 매도폭탄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증시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예전에도 증시의 선수교체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개인들이 재미를 본 적은 거의 없었다. 과연 이번엔 좀 달라질 수 있을까.

개미군단의 부활

3월 이후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은 거의 밀물과 썰물 수준. 지난 3~4월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10조원 넘게 주식을 사 담았지만 이달 들어선 사상 최대의 매도 폭탄(7일 1조2,459억원)을 토해내는 등 3조1,0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받아낸 건 개미 군단. 개인들은 마치 코스피 1,700선 붕괴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그리스발 악재가 터지자 거침없는 매수에 나섰다. 개인들은 매일같이 적게는 2,000억원부터 많게는 4,800여억원씩, 이달 들어서만 총 2조4,734억원을 순매수했다. 순매도는 지난 13일(1,176억원) 단 하루뿐이었을 정도. 코스피지수는 유럽 재정위기 쇼크가 절정에 달했던 3~7일 94포인트나 빠졌지만, 개인들의 공격적인 매수 덕에 지난주 절반의 만회(48포인트)에 성공했다.

돈도 몰렸다. 투자 대기자금 격인 고객예탁금은 증가추세다. 19조원 규모의 삼성생명 청약 환불금이 나온 지난 7일엔 16조6,033억원까지 불어나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주식형 펀드에도 환류가 시작됐다. 3, 4월 7조8,297억원이 빠져나간 펀드런 행렬은 지수가 1,600대로 내려앉으면서 마침내 멈췄다. 이달 들어 순유입액은 5,400여억원에 달한다.

개미의 성공조건은

확실히 달라진 건 개인들의 투자패턴이다. 과거엔 위기가 터지면 누구보다 먼저 주식을 팔았지만, 이번(유럽 재정위기)엔 거꾸로 주식을 대량 매수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를 '학습효과'로 풀이하고 있다. 길게는 외환위기, 가깝게는 리먼 사태까지 '조금만 참으면 될 걸 먼저 증시를 이탈했다가 결국은 손해만 보더라'는 쓰라린 교훈을 개미들이 체득하게 됐으며, 그 덕에 이번엔 위기를 오히려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펀더멘탈은 훼손되지 않은 가운데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인들이 '주가가 싸졌다'는 판단 아래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컨대 코스피지수가 1,550~1,700포인트 사이에 머문 지난 2~3월 매수 타이밍을 놓친 개인들이 유럽발 악재로 다시 1,700선이 무너지자 저가매수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개인들의 성패는 결국 인내심이 좌우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외국인들이 완전히 '바이 코리아(Bye Korea)'를 고한 것이 아니고 결국 증시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황상연 코리아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상황은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서 가장 고강도로 오랫동안 순매수했던 2004년과 흡사하다"며 "최근 외국인 매도를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고,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도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고 저평가된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도 여전하기 때문에 한 두달 뒤면 외국인 매수세는 충분히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 때까지만 참고 버틴다면, 이번만큼은 개인들이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결론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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