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떠받드는 수출 효자 중 하나인 해운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주요 해운사들이 1분기에 흑자로 전환한 게 단적인 예다. 그 중에서도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사고는 글로벌하게, 실행은 현지 실정에 맞게)을 앞세운 현대상선의 괄목할 만한 실적은 놀라울 정도다.
현대상선은 올해 1분기에 매출 1조7,500억원에 영업이익 116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한진해운(25억원)과 STX팬오션(71억원) 등 경쟁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다. 물론 해운경기가 상승세를 타던 2008년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지만, 지난해 극심한 불황을 딛고 1년여만에 턴어라운드한 것 치고는 눈에 띄는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현대상선은 4월 한 달에만 500억원을 훌쩍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상 최고 실적연도였던 2008년의 월평균 영업이익 489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흑자 전환 자체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지만 폭과 규모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놀라운 실적은 강도높은 비용절감 노력과 과감한 서비스 재편 등 현대상선이 그간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집중해 온 결과다.
실제로 현대상선의 경영효율성은 수치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호황기 때 현대상선의 주력부문인 컨테이너선 영업이익률은 4.3%로 세계 1위 해운업체인 머스크(3.4%)보다 높았다. 모든 선사가 시황 악화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지난해에도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영업손실률은 11.5%에 그쳤다. 대다수 선사들의 영업손실률(13.5~27.8%)에 비하면 나름대로 선방한 셈이다.
현대상선은 또 올해 초부터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만 지난해 매출액의 4.7%에 이르는 1억5,600만달러의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머스크가 세운 목표치 2.4%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이에 더해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한 여건도 조성되고 있다. 우선 세계 경기의 회복세에 발맞춰 해상물동량이 증가하면서 모든 선종의 운임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 부문의 경우 주력 노선인 미주ㆍ유럽노선의 기본운임인상(GRI)이 마무리되는 등 전 노선의 운임이 상승하고 있다.
또 철광석과 석탄, 곡물 등 벌크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00포인트대였던 BDI(벌크선 운임지수)가 지난 11일 3,822포인트를 기록하며 연일 전고점을 돌파하고 있다. 유조선 운송시장도 지난해 이맘 때 30포인트대였던 WS(유조선 운임지수)가 80~100포인트대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비스 재편, 터미널 투자 확대, 신사업 분야 진출 등 미래 수익사업 선점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 안정적인 수익원 및 해외거점 마련을 위해 부산신항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전용 컨테이너 터미널을 확보했고, 올해부터 세계 2위 철강회사인 중국 허베이강철그룹의 철광석 물량을 향후 15년간 장기 운송키로 하는 등 중국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현대상선은 올 초 매출 7조1,373억원, 영업이익 3,358억원의 공격적인 사업목표를 세웠다. 투자규모도 지난해(2,56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린 5,176억원으로 잡았다. 내부적으로는 해운 비수기인 1분기에 흑자를 낸 만큼 2분기는 물론 성수기인 3,4분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폭이 훨씬 커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김성만 사장은 "현대상선의 경우 컨테이너선 부문 60%, 벌크선과 유조선 등 비컨테이너선 부문 40%의 매출 비중으로 국내 선사 중 가장 안정적인 사업 구성을 유지하고 있어 부문별 시황에 따른 목표치 배분과 유연한 전략 구사가 가능하다"면서 "전 세계 27개국 주요 거점을 아우르는 110여개 지점의 방대한 네트워크와 거미줄처럼 연결된 서비스 항로에서 그간 쌓아온 임직원들의 역량을 토대로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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