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인기 소설가 안나 가발다(40ㆍ사진)의 장편 (문학세계사 발행)가 최근 국내 출간됐다. 1999년 단편집으로는 드물게 70만 부가 팔린 를 발표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가발다는 국내에도 번역된 장편 (2002) (2004) 등의 잇따른 성공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사람살이의 미약한 기미들을 포착하는 예민한 감수성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에는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문학으로 끌어올린다"는 호평이 따른다.
는 친척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한 데 모인 네 남매가 즉흥적으로 하루 동안 시골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경쾌하게 묘사하면서 삶의 고단함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우애의 힘을 전한다. 원래 2001년에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쓰여졌다가 독자들의 요청으로 지난해 11월 정식 출간된 이 소설은 프랑스에서 4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파리 근교에서 전업 작가로 살고 있는 가발다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_ 를 읽다보면 '세 형제자매와 더불어 시골에서 목가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당신의 이력이 자주 떠오른다.
"내가 형제들과 나누고 있는 공감대와 끈끈한 정, 자연에 대한 사랑이 작품 쓰는 데 도움은 됐지만 자전적 소설은 전혀 아니다. 나는 나 자신과 주변 사람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않는다. 사실 이 작품은 첫 장편 를 탈고한 뒤 쉬어가는 기분으로 썼다. 슬픈 소설을 쓰느라 힘들었던 마음을 가볍고 행복한 이야기로 달래자는 생각이었다."
_ 당신에게 가족은 무엇인가.
"부모님이 이혼했고 나도 이혼했으니 전통적 의미의 가족에 대해선 할 말이 궁하다. 하지만 형제자매들이 서로를 잘 이해하고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아이들이 생기면 형제 간의 공감대가 더 커진다. 나와 언니는 휴가여행도 같이 다니면서 내 자식이냐 조카냐 하는 구별 없이 함께 아이들을 키운다."
_ 는 극적이라고 할 만한 사건 없이도 정서적으로 큰 여운을 남긴다.
"나는 소설가로서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다시 말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들 간의 감정이고 나머지는 부수적 배경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에겐 평범한 일상조차 좋은 추억거리다. 저물녘 아름다운 석양 대신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마음 팍팍한 사람에겐 큰 사건조차 시큰둥한 것에 지나지 않을 테고."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