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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손톱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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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손톱달

입력
2010.05.1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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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내려 해 지고도 그 한참 뒤

어떤 소녀가 저리 튕겨 올려놓았을까

밤하늘의 저 예쁜 손톱 조각 하나

잎새 내밀고 있는 나무 사이로 바라보면

칠흑 치마폭에 잘 깎아 던져놓은 듯한,

그 언저리엔 흩어져 앉아 조는 별들

술 거나해진 미당이 소녀 손 만지작

만지작 침이 마르도록 예쁘다던

바로 그 긴 손톱 끝 부분 같은,

새치름하게, 그보다는 새콤달콤

마음 흔드는 까닭까지 알게 해주는,

꽃들 아릿아릿한 봄밤의 저 조각달

● 언젠가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바로 옆에 있더군요. 그렇게 높은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위를 돌아보니, 남쪽 못 사는 나라에서 돌아오는 길의 서울 하늘은 꾸물꾸물 먹먹한 회색. 효과적으로 돈을 벌려고 많은 사람들을 한데 모아놓으니 이젠 돈을 줘도 서울에서는 맑고도 푸른 하늘을 살 수 없군요. 날이 가면 갈수록 달에 대한 애착은 깊어지기만 하는데, 그건 서울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달과 몇 개의 별 정도뿐이기 때문이죠. 그 생각을 하면 아릿아릿해요. 이러고도 정말 우리 잘 살고 있는 건가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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