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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오! 미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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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오! 미스코리아

입력
2010.05.1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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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에서 반복되는 후렴 부분 '오 필승 코리아'가 내 귀에는 '오 미스 코리아'로 들린다. 그런데 그 가사는 미스 코리아가 아니라 필승 코리아이다. 듣는 귀에 이상이 있는지 응원가를 부르는 가수 윤도현의 발음에 문제가 있는지 그 이유를 나는 모른다.

스펀지 2.0에 물어보고 싶다. 왜 내 귀에는 '오 미스 코리아'로 들리는지. 미스 코리아와의 인연은 그 '환청'뿐인데, 미스 코리아 지역예선 심사에 초대됐다. 심사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랜덤 방식'에 의해 심사 직전에 위촉받은 20여 명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없다며 주최 측에 정중하게 사양했지만 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며 즐겨라, 고 했다.

그 분야에 해박한, 실명을 밝힐 수 없는 Y선배에게 긴급 자문을 구했다. 선배는 미(美)의 황금비율을 점수화하는 경험에 대해 속성으로 전수해주었다. 하지만 Y선배가 부러워하며 조언한 수영복 심사기준조차 전혀 쓸모가 없었다. 우물쭈물하다 심사에 지각을 하고 말았다.

드레스, 수영복 심사가 다 끝나고 면담 심사만 남아 있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내게 딸보다 어린 미인들은 하나같이 똑똑하고 당당했다. 나는 가장 똑똑한 후보에게 최고점을 주었다. 그 후보가 진(眞)의 왕관을 썼다. 나는 박수를 치며 외쳤다. '오! 미스 코리아'.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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