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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립극장 법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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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립극장 법인화

입력
2010.05.1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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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國立).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나라 예산으로 세우고 관리하는 곳을 말한다. 국립극장은 민족 예술과 연극 문화의 보존ㆍ발전을 꾀하기 위해서 1950년 설립됐다. 현재는 극단, 무용단, 창극단, 국악관현악단으로 이뤄져 있다. 국립의 장점. 우선 돈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하면 나랏돈 가져다 쓸 수 있으니까. 수익성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지만 예술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작품을 하니 자부심도 있다. 단원 입장에서 보면 공무원과 같으니 한 번 들어가기만 하면 쫓겨날 염려가 없다. '철밥통'이란 말은 여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 문화부가 그 '철밥통'을 과감히 부수기 시작했다. 6월 법인화를 위해 지난달 30일 국립극단부터 해산시켰다. 문화부 생각은 이렇다. 더 이상 국립이란 울타리 안에서 '무사안주'는 안 된다. 수익성과 경쟁력을 가져라. 예술감독 외에 따로 작품 선정위원회와 평가위원회를 두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속배우도 줄이고, 오디션을 통해 다시 뽑겠다는 것이다. 아예 전속배우를 두지 않고 제작 스태프 중심으로 작품마다 배우를 선발하자는 의견도 있다. 앞서 법인이 된 국립 발레단과 오페라단 합창단의 예산과 인력, 관람객의 변화에서 얻은 자신감이다.

■ 단원들이 반발로 든 무기는 '예술'이다. 법인은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 상업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예술성 약화는 필연이다. 국립이 민간 예술단과 다를 게 뭔가. 법인화야말로 문화의 공공성과 예술적 자유를 훼손하는 짓이라는 것이다. 국립극단 60주년 기념식이 열린 7일,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따로 모여 성명을 발표한 원로 연극인 24명도 "연극은 말과 정신이 있는 예술 영역이기 때문에 나라에서 자존심을 가지고 지켜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도 후배들의 이기적 '철밥통'에는 반대했다. 그것이 갈수록 예술혼만 갉아먹기 때문이다.

■ 국립극장은 3월 오디션을 부활했다. 2003년 도입한 상시평가제가 유명무실해 단원들의 실력과 작품의 질을 끌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명훈이 예술감독으로 가면서 엄격하고 공정한 오디션을 통해 환골탈태한 서울시립교향악단과는 대조적이다. 평가와 경쟁이 없자 국립극장 일부 단원들은 작품에 전념하기보다 '국립'이란 타이틀로 장사를 했다. 오죽하면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까지 "외부 레슨 같은 아르바이트는 일절 하지 말라"고 요구했을까. 자극과 경쟁, 객관적 평가에 따른 상벌 없이 발전은 없다. 국립이라고, 예술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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