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 배드민턴에 역사적인 날이다. 선수들이 스승의 날 가장 값진 선물을 했다"(대표팀 김중수 감독).
"어린 선수들이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중국 리용보 감독).
한국 여자 셔틀콕이 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막을 내린 제23회 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우버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중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날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3-1로 꺾고 1956년 대회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우버컵을 들어올렸다. 황혜영, 방수현, 라경민, 길영아 등 세계 정상급 선배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
1984년 제10회 대회부터 참가한 한국은 그 동안 모두 5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그때마다 만리장성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이 대회는 단식 3경기와 복식 2경기로 치러지는데 한국은 전통적으로 복식에 비해 단식이 약한 탓에 번번이 고배들 들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도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우버컵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대회 7연패에 도전한 중국은 이번에도 단식과 복식에서 세계랭킹 1,2위 선수들을 모두 출전시켰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세계 10위안에 한 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그 누구도 한국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절대 열세였지만 불굴의 정신력을 앞세워 '쿠알라룸푸르의 기적'을 연출했다.
한국 여자셔틀콕이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세대 교체의 성공이다. 특히 단식에서 배승희(27ㆍKT&G)와 배연주(20ㆍKT&G), 성지현(19ㆍ한국체대)이 급성장하며 한국 배드민턴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복식에서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노장 이경원(30)과 이효정(29ㆍ이상 삼성전기)이 새롭게 하정은(23ㆍ대교눈높이), 김민정(24ㆍ전북은행)과 조를 이루며 젊은 후배들의 기량을 크게 향상시켰다.
김중수 감독은 "이번 대회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중국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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