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규모 유혈 사태에 이어 태국 도심에서 다시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UDDㆍ일명 레드셔츠)의 강경파 지도자 피격 사건이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정부군이 13일 오후 시위대 봉쇄 작전에 돌입한 이후 14일에도 시위대 점거 지역 일대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이어지는 등 충돌이 계속됐다. 정부군은 시위대 점거 지역에 대한 소탕을 공언했다. AFP통신은 군이 한 때 시위대를 직접 향해 발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파니탄 와타나야곤 정부 대변인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봉쇄 작전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위대는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내전을 시작했다"고 비난한 뒤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다만 "우리는 정부가 군을 철수시키고 폭력을 멈추기를 바란다"며 "아피싯 총리가 전쟁을 원치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위대의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는 탁신 치나왓 전 태국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 사태를 풀기 위한 정치적 해결책이 아직 있다고 믿는다. 아피싯 총리는 더 이상의 사상자를 막고 국가를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의문의 총격을 당한 시위대 강경파 지도자 카티야 사와스디폴 전 특전사령관은 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티야는 전날 오후 7시30분께 뉴욕타임스(NYT)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머리에 총을 맞았다. 토마스 풀러 NYT 기자는 "군이 곧 진압작전을 시작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카티야가 '군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하던 순간 총 소리가 났고 그가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카티야 외에도 시위대 한 명이 총을 맞고 숨졌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시위대는 정부군이 카티야를 저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경파 지도자 중 하나인 자투폰 프롬판은 "정부가 투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태국 정부는 "군 작전은 법률과 국제적 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특수전에 밝은 장성 출신의 카티야가 그 동안 시위대의 핵심 전술가였다는 점에서 시위대의 동력 약화를 예상하고 있다. 그는 방탄조끼도 거부한 채 전투복 차림으로 매일 시위현장 보안을 점검하면서 강경 대응을 주도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카티야 피격은) 시위대의 군사적 지도력을 꺾으려는 시도"라며 "시위 지도부에 혼란을 주고, 향후 협상거부 때 초래될 결과를 경고했다는 점에서 매우 영리한 전술"이라고 전했다.
앞서 아피싯 총리는 9월 15∼30일 사이에 의회를 해산하고, 11월 14일 조기총선을 실시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한 뒤에도 시위대가 자진 해산을 거부하자, 12일 타협안을 철회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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