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1시20분 정부과천청사 안내동 식당.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아주 특별한 사제간 만남이 이뤄졌다. 소년원학교 교사와 재학생, 그리고 이제는 목사와 사회복지사 등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리잡은 출원생 등 100여 명. 다들 소년원에서 사제의 인연을 맺은 이들이었다.
1998년 자동차 방화로 광주소년원에 들어간 유선호(30ㆍ당시 18세)씨는 초기 소년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유씨를 따뜻하게 맞아준 사람은 교사 장소환(54)씨. 장씨는 유씨에게 "차에 빚이 있으니 나한테 자동차 정비를 배워보라"며 권유했다. 유씨는 "훈련받으면서 선생님께 눈물이 나도록 야단을 맞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자동차 정비는 의사와 같이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직업이라는 게 선생님의 가르침이었다고 한다.
2001년 소년원을 마친 유씨는 장씨의 소개로 안정된 직장을 얻어 지금까지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고 있다. 장씨는 올해 2월 중학교 동창과 백년가약을 맺은 유씨 결혼식 주례도 맡았다. 애초 장씨는 "나보다 더 훌륭한 분을 모셔라"고 사양했지만, 유씨 부부는 장씨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유씨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위의 차가운 시선들"이라며 "그럴 때마다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좌절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장씨에게 감사의 편지 한 통을 건넸다. "선생님의 끈기 있는 지도와 격려가 오늘의 저를 있게 했습니다. 그 은혜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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