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덕초등학교 3학년 1반 장경재(10)군은 정신지체 1급이다. 말은 떠듬떠듬이고, 행동은 느릿느릿이다.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경재는 어린 시절 친구가 없었다.
초교 입학 시기가 되자 경재 어머니 박은하씨는 근심이 커졌다. 경재의 장애를 감안해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특수학교에 보내야 하는지, 아니면 일반 초교에 입학시켜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애아를 키우는 주변 어머니들은 "애가 왕따당해 마음에 피멍만 든다"며 특수학교를 권했지만 박씨는 "어차피 비장애인들과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면 빠를수록 좋다"며 결국고덕초교를 택했다.
그로부터 3년. 박씨의 걱정과 달리 경재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남으로 통한다. 여자 친구도 많다. 주변에서 이것저것 챙겨 줘야 하지만 경재의 친구들은 기꺼이 그 고역을 자청한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교실이 가능했던 것은 오롯이 교사들의 헌신 덕분이었다.
14일 경재네 교실. '서로 다르니까 소중해'라는 제목의 장애이해수업이 진행됐다. 경재는 여자 짝꿍 민경이의 얼굴에 투명한 셀룰로이드 판을 대고 눈 코 입을 그렸고, 민경이도 같은 방법으로 경재의 얼굴을 만들었다. 공수린 특수교사는 "서로 얼굴이 다르듯 경재의 불편함도 조금 다른 것일 뿐 모두 소중한 친구들"이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특수 교사 경력 11년차의 베테랑인 공 교사는 일방적으로 장애학생을 배려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몸이 불편한 경재가 신발 신는 것을 아이들이 도와주려 하면 "그건 경재도 할 수 있는 일이니 혼자 끝마칠 때까지 기다려 주자"고 한다. "장애인"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에겐 친구 이름을 불러 주라고 시키고,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골든벨 퀴즈도 연다.
다른 교사들도 경재에 대한 사랑에선 공 교사에게 뒤지지 않는다. 어느 날 경재가 체육 시간에 울음을 터뜨린 적이 있다. 다른 아이들처럼 뛰려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그때 당시 담임 교사가 운동장 한쪽에서 울음을 멈출 때까지 경재를 꼭 안아 줬다.
비장애학생들과 한 반에서 통합 교육을 받는 것도 경재에겐 참말로 좋은 일이다. 학업 수준을 맞추기 힘든 과목만 특수학급으로 이동해 보충수업을 받는다. 경재가 교실을 옮길 때 짝궁과 또래 도우미들이 나서서 이동을 돕는다.
어머니 박씨는 "사랑이 사랑을 키운다는 말처럼 아이들도 선생님들의 경재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경재를 사랑하게 됐다"며 "다른 학교에 보냈으면 어쩔뻔했나"고 웃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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