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카네기의 '철강왕'칭호는 19~20세기의 것이었다. '21세기 철강왕'은 분명 인도 출신 락시미 미탈의 몫이다.
세계 1위 철강회사 아르셀로 미탈의 회장인 그의 재산은 약 287억달러(3월 기준). 포브스 선정 세계 5위의 갑부다. 아시아와 동ㆍ서유럽, 북미와 중남미에 걸쳐 있는 그의 철강 제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할 만하다.
"인류애를 생각하기엔 젊다"
미탈은 인간적 측면에서 전임 철강왕과는 전혀 다르다. 카네기가 엄청난 부를 지니고서도 검소한 생활을 했고 말년에는 자선사업에 투신했던 것에 비해, 미탈은 영국의 초호화 저택을 사들여 '타지마할'이라 이름을 붙이는 등 호사스런 삶으로 일관하고 있다. "왜 기부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인류애를 생각하기엔 아직 젊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
카네기는 부의 상속을 혐오했으나 미탈은 와튼스쿨을 졸업한 아들 아디트야에게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인 M&A를 맡겼다. 딸 바니샤의 결혼식을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5,500만달러 짜리 초호화판으로 치르는 등 자녀들도 기꺼이 풍요를 만끽하게 하고 있다. 이는 가업을 경영하는 데 가문의 명예와 존속을 중시하는 인도 상인계급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미탈과 카네기에겐 CEO로서 중요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무수한 M&A를 통해 작은 회사를 세계 최대 철강회사로 키워냈다는 사실이다. 미탈은 "제철소를 세우는 데 드는 2, 3년의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말할 정도. 혹자는 "M&A를 성공시키기 위해 정부 관리에게 뒷돈을 주는 등 모든 수단을 썼다는 점도 비슷하다"고 평한다.
M&A로 철강 제국을 세우다
1969년 콜카타의 명문 세인트 사비어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미탈은 소형 전기로를 가동하는 아버지의 작은 철강회사 이스팟에 취직한다. 3년 후 인도 정부가 철강산업을 국유화하기로 하자, 아버지는 사업환경을 조사하라며 22세의 아들을 인도네시아에 보낸다.
미탈은 당시 일본 가전업체들이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을 보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76년 아버지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부도난 철강 회사를 인수해 경영한다. 그러다 원료를 공급해 주던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국영 철강회사 이스콧이 경영난을 겪자 89년 이를 인수했고, 그는 하루 100만달러씩 적자를 내던 이 회사를 1년 만에 흑자 회사로 돌려놓았다.
첫 번째 M&A의 성공 후 미탈은 이스팟의 해외 사업부를 물려받아 회장으로 취임한다. 멕시코와 캐나다, 카자흐스탄의 국영 철강회사를 인수한 뒤 97년에는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확보했다. 주로 동유럽의 쓰러져가는 국영 철강회사를 인수한 뒤 감원과 노후 시설 교체 등을 통해 흑자 회사로 돌려놓았다. 루마니아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폴란드 등의 철강회사들이 착착 손에 들어왔다.
"욕심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 때문"
2004년 미탈은 미국 최대의 철강 기업 인터내셔널스틸그룹(ISG)을 인수, 세계 1위의 '미탈스틸'을 탄생시킨다. 이어 캐나다나 우크라이나, 중국의 철강회사들을 연달아 인수한 후 2006년 드디어 2위 아르셀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럽 각국 정상들까지 반대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각지를 돌며 자신이 M&A를 하는 이유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로 원료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역설했다. 인수가격도 주주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제시해 결국 5개월 만에 M&A에 성공했다.
가장 긴장한 것은 신일본제철(신일철)이었다. 고급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신일철은 기술력 낮은 아스셀로 미탈의 다음 목표가 되기 충분했다. 신일철은 포스코 등과 연합 전선을 펴 대비했고, 결국 아르셀로 미탈은 신일철과 포스코 등에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대신 기술제휴를 맺었다.
미탈의 M&A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료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아르셀로 미탈의 철강 생산량은 세계 최대지만, 원료인 철광석을 공급하는 3대 업체인 발레, 리우 틴투, BHP빌린튼의 협상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를 비롯한 아시아 철강사들이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다음주는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1위 갑부가 된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 헬루를 소개합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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