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베 얀손 지음ㆍ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발행ㆍ전3권ㆍ각 권 9,000원
안녕! 내 이름은 무민.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전해오던 전설 속의 생물 '트롤'을 모델로 태어났어.
내 고향은 핀란드고, 나를 만든 건 핀란드의 '국민 동화작가'로 불리는 토베 얀손(1914~2001) 선생님이야. 선생님은 흰색 하마처럼 생긴 나를 지어내서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받았지.
나는 1980년대부터 한국에 소개됐어. 그래도 잘 모르지?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나는 끝내주는 인기 캐릭터인데. '토토로'의 아빠 미야자키 하야오는 나를 주인공으로 104편짜리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100여개 국에 수출했고, 내 캐릭터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 핀란드 난탈리의 무민 마을은 북유럽 최고의 관광상품이란다.
이 책은 총 8권의 '무민 동화/ 시리즈 중에서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에피소드만 골라 그림책으로 만든 거야. 원작은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 좀 버거울 수 있거든. 나와 부모님, 여자친구 스노크 아가씨 등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귀여운 외모와는 걸맞지 않게 생각이 철학적이고 진지해. 우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사이좋게 지내지.
핀란드 문학도 생소한데, 동화라니. 궁금하지 않니?
핀란드는 50만명이 사는 수도 헬싱키에 공립도서관만 35개가 있을 정도로 독서문화가 발달한 곳이야. 학교마다 도서관은 필수지. 하지만 핀란드어로 문학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로 그 역사는 굉장히 짧아. 더구나 초기 문학은 핀란드를 식민통치하던 스웨덴의 언어로 기록했지. 핀란드 알파벳은 1543년 미카엘 아그리콜라 주교에 의해 처음 생겼는데, 공식 언어가 된 건 300년이 지난 1892년이야. 이전에는 시와 노래가 구전으로만 전해졌기 때문에 핀란드에서 구전문학은 굉장히 중요하단다.
아동문학도 19세기 후반부터 생겨나기 시작했어. 같은 북유럽 나라인 덴마크, 스웨덴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핀란드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펠리우스(1818~1898)도 덴마크의 안데르센의 경향을 따랐지. 그렇지만 모험성이 짙은 스웨덴 동화와 달리, 침략을 많이 겪은 우리는 안전을 중시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아. 산과 호수가 많은 자연환경을 반영하면서도 주로 실내를 배경으로 삼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무민 동화'처럼 가족적이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강조한다는 점도 또 다른 특징이야.
지금 한국 어린이책 시장이 그렇듯이 핀란드도 1960~70년대에는 교육서가 쏟아졌어. 사회운동이 활발했고 덩달아 혼란도 많아서 성교육 만화 등 사회의식을 길러주는 책을 많이 썼지. 이제는 다시 문학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어.
현재 핀란드에서 어린이ㆍ청소년 책은 전체 책 시장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해. 컴퓨터게임 열풍이 불면서 지난 1~2년 동안 판매량이 좀 줄긴 했지만 말이야. 기회가 된다면 시인 끼르시 꾼나스의 동시집과 소설가 한누메?라의 동화책도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 일본에서 인기인 '노뽈라 자매' 시리즈도 좋고.
지금까지 핀란드 문학은 한국처럼 언어장벽이 높아서 외국에 잘 수출하지 못했어. 한국어와 핀란드어가 우랄-알타이어족으로 같은 계통인건 알고 있니? 이것도 인연이니까 핀란드에서는 아직 한 권도 출판되지 않은 한국 동화책을 곧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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