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상도·홍하상 지음
"돈을 남기는 것은 하(下), 가게를 남기는 것은 중(中), 사람을 남기는 것은 상(上)"
홍하상 작가가 에서 인용한 일본 상인들의 격언이다. JAL이 파산 위기에 처하고 도요타가 리콜 사태로 휘청거리는 요즘 일본의 상도가 퇴락한 것 아닌가 싶은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수많은 악재에 직면한 일본이 다시 도약한다면 그 힘 역시 '1,000년 경영'의 지혜인 일본의 상도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일본에는 5대 상인 즉, 오사카ㆍ교토ㆍ오미ㆍ나고야ㆍ도쿄긴자 상인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노포(老舖)에서 시작해 길게는 1,000년을 이어오며 자신들만의 상도를 세웠다. 그리고 이런 상도가 일본인들의 DNA가 되어 오늘날 도요타와 혼다 등 세계 최고 기업들을 탄생시키는 원천이 됐다.
가령 오사카 상인들은 선의후리(先義後利)를 강조했다. 눈 앞의 이익보다는 상대를 이롭게 하는 게 오래 동안 장사할 수 있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라 생각한 것이다. 교토 상인들도 '신용'을 기업과 고객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오미 상인들은 특정 제품에 대한 제조권을 취득한 뒤 제품을 대량생산하고 싸게 공급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박리다매의 전통을 발전시켰다.
나고야 상인들은 보수적인 자금관리, 무차입경영을 중시했다. 또 본업 중심의 투철한 장인정신과 더불어 혈연을 뛰어넘어 역량 있는 인재에게 기업을 승계하는 전통도 강조했다.
도쿄긴자 상인은 최고의 상품과 품질로 고객이 선택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상도로 삼았다. 값은 비싸지만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면 고객이 선택할 것이고 기업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일본 상인들이 강조한 상도 하나하나는 오늘을 살아가는 기업경영자, 판매자, 기술자 그리고 평범한 이들의 일상에까지 많은 교훈을 준다. 우리에게도 조선시대 이후 독특한 상도를 형성한 의주상인, 개성상인의 역사가 있다.
는 실적만 바라보고 바쁘게 달리는 기업가들이나 눈 앞의 이익에 쉽게 빠져드는 현대인들이 그간 잊고 살았던 경영의 원칙과 삶의 기준을 되돌아보게 한다. 차 한잔 마시며 가볍게 읽고 여운까지 음미할 수 있는 책으로 손색이 없다.
김준한 포스코 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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