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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韓-中최강자를 가려라' 세기의 라이벌戰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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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韓-中최강자를 가려라' 세기의 라이벌戰 열린다

입력
2010.05.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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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한다, 안 한다' 소문만 무성했던 이세돌과 구리의 10번기 대결이 드디어 열리게 됐다.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은 최근 한국과 중국의 최강자인 이세돌과 구리의 10번기를 조만간 개최키로 합의하고 대국 일정과 장소, 상금 배분원칙 등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 중이다.

이번 대결은 11월에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앞서 바둑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이세돌의 실질적인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의 (주)킹스필드와 중국의 광저우 본수문화보급유한공사가 프로모션을 맡았다. 총상금 350만위안(약 5억8,000만원)이 걸려 있으며 상금을 비롯해 모든 대회 개최 비용은 중국 측이 부담한다. 아직 정확한 대국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 달에 상해에서 엑스포 행사가 열리고 6월에는 월드컵 경기가 있는 것을 감안해 7월부터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과 구리는 스물일곱살 동갑인데다 입단시기(1995년)도 같고 둘 다 공격적인 기풍으로 비슷한 시기에 세계 정상급 기사로 성장했기 때문에 여러 모로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두 선수의 통산전적은 5승6패(공식 전적)로 이세돌이 약간 뒤지지만 중국리그 성적까지 포함하면 11승9패로 앞서 있다.

이세돌과 구리의 정면 대결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건 작년 초부터다. 두 선수가 한 달 간격으로 삼성화재배와 LG배를 나눠 가지게 되자 네티즌 사이에서 "둘이 10번기 대결을 치르게 하면 어떠냐"는 의견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후 한국의 킹스필드사가 중국 측과 접촉해 거의 성사단계에 이르렀으나 당시 한국기원이 "이세돌이 휴직 상태이므로 10번기 대결이 곤란하다"는 뜻을 밝히는 바람에 무산됐다.

그러다 올해 아시안게임 홍보 방안을 논의하던 중 바둑이 이번에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점에서 이세돌과 구리의 10번기 대결이 다시 거론됐고 결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가 중심이 돼 다시 추진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대국 장소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광저우에서 시작, 중국 전역을 순회하며 개최해 바둑에 대한 관심을 최대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원래 10번기 대결은 과거 일본 도쿠가와 막부 시절 바둑계를 대표하던 혼인보 이노우에 야스이 하야시 등 4대 가문 사이에서 자주 벌어졌던 매우 치열한 승부 방식이다. 10번기 도중 4승 이상 차이가 나면 치수가 고쳐지고 대국이 중단되므로 패배한 측은 기량이 낮은 것으로 판명돼 본인은 물론 가문의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불멸의 바둑영웅으로 추앙 받는 우칭위엔이 1930~40년대에 기타니 미노루, 사카다 에이오, 후지사와 구라노스케, 다카가와 가쿠 등 일본의 쟁쟁한 고수들과 잇달아 10번기를 벌여 차례로 치수를 고쳐 당대 최고수임을 만천하에 알린 일이 세계 바둑계의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벌어지는 이세돌과 구리의 10번기는 과거와 같은 치수 고치기 방식은 아니다. 현재 논의 중인 대결 방식은 호선으로 10판을 둬서 승수에 따라 총상금을 배분하는 방식과 매 판마다 승자와 패자에게 상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 중 하나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결 결과에 따라 두 선수가 각각 적지 않은 영광과 상처를 받게 될 것이 틀림 없다. 그만큼 바둑팬들에게 대단한 관심거리다. 그 동안 세계 바둑계에서 화제가 됐던 양자 대결로는 1991년 이창호 4단(당시)과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8단(당시)의 '한일 신예정상 5번기'가 있는데 요다가 3대1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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