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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5ㆍ18은 부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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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5ㆍ18은 부활할 수밖에 없다

입력
2010.05.1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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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의 5ㆍ18은 죽음이었다. 광주 금남로에 선혈이 뿌려진 피의 날이었다. 그러나 그 죽음은 국가 폭력에 맞선 정당한 죽음이어서 의혼(義魂)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그 피는 민주주의라는 나무를 자라게 한 생명수였기에 한국의 민주주의는 새순이 돋아 무성하게 자라날 수 있었다.

그런 5·18이 30주년을 맞는다. 한 세대의 세월이 지난 역사가 되고 말았다. 민주주의가 그리워서, 자유와 인권을 그렇게도 간절하게 누리고 싶었기에, 분단의 비극 때문에 당하는 너무나 큰 아픔이라 여겼기에, 광주의 의로운 시민들은 총칼 앞에 맨몸으로 항거하는 용기를 발휘하였다. 그래서 죽고 피를 흘리며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민중 승리의 역사적 교훈

신군부 세력은 국민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고 짐승보다 못한 대상으로만 여겼다. 그들만 억누르고 죽여서라도 저항을 막기만 한다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권력욕에 사로잡혀 비인간적 야만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예외없이 닥치는 대로 치고 찌르던 그 무자비함, 거기에서 터진 시민의 분노는 마침내 시민들이 무기고를 부수고 무기를 탈취하여 군인과 싸우는 시민군을 편성하기에 이른다. 시민 직접투쟁이라는 역사 발전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어 계엄군을 외곽으로 퇴각시키는 승리의 새 장을 열기도 했다.

광주시민공화국이 수립되어 광주에 대동세상이 도래하였다. 서로가 주저 없이 헌혈 대열에 줄을 서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모두가 ‘주먹밥'을 만들어 길거리에 나와 서로서로 나누어 먹으며 승리가 오래가기만 빌었다. 의리에 분노해버린 시민들, 상점 하나 은행 하나 손댈 생각도 없이, 계엄령을 해제하고 민주주의만 회복해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기만 했다. 그렇게 피가 뿌려졌으나, 민주주의의 깃발은 보이지 않고, 다시 계엄군의 무서운 공격에 시민공화국은 붕괴되고 죽음과 피의 행렬은 또 다시 계속되고 말았다. 그렇게 많은 시민들이 죽고 부상을 당했건만, 다시 또 수천 명 시민들이 군영창에 갇히고, 보안대 지하실에서 모진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1982년, 83년에 이르러 투옥자들이 출소하고 유가족과 부상자들이 뭉치면서 광주항쟁은 이제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진짜 투쟁으로 발전되었다.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자회 등의 조직이 형성되면서 억압과 탄압을 뚫고 광주는 부활하기 시작했다. 혈맹이라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야만 정권과도 손을 잡는다는 엄연한 사실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대학생들이 미국문화원을 점거하는 새로운 운동이 전개된다. 한국사회에 참으로 큰 변화가 오고 있었다. 군부독재의 폭력성과, 민족모순의 새 정체가 광범하게 드러나면서 사회변동의 새로운 의식이 형성되었다.

4·19혁명에서 얻은 민주주의 신념은 5·18로 구체화되면서 6·10항쟁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여 군사독재세력을 대한민국에서 퇴치시키는 민중 승리의 역사적 교훈을 민족에게 선사해주었다. 불의한 권력, 독재세력은 반드시 망하고 만다는 철칙을 국민 마음에 심어주었고, 자유와 인권, 평화와 민주주의는 분단극복의 대장전이 이룩될 때만 진정으로 가능하다는 논리도 국민의 마음에 담아주었다.

5ㆍ18 정신으로 민주 수호

남북의 군사적 대치가 강고해지는 한, 우리의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위축될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는 5·18에서 얻을 수 있었다. 북한의 사주에 의해 5·18이 일어났느니, 좌익세력의 준동으로 광주항쟁이 발생했느니 하는 유언비어는 전라도 이외의 지역에서 광주항쟁의 진정성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게 되었다. 그것은 진짜 죄악이었다.

민주주의가, 자유와 인권이, 평화와 통일이 그렇게도 간절해서 궐기했던 광주, 광주정신이 살아있는 한, 절대로 민주주의는 후퇴하지 않는다. 온 국민이 그렇게만 여기며 민주주의를 지켜준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 5·18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가자.

박석무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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