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우리 교직자들을 비난하는 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 올해도 ‘스승의 날’은 어김없이 찾아온 것 같네.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지정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널리 선양하기 위한 스승의 날을 새로 제정한 지 어언 반세기가 다 되어가건만, 오늘날 그 의미는 많이 퇴색한 듯하네. 매스컴이 ‘스승의 날 = 촌지’라는 등식으로 열심히 홍보해준 덕택이 아니겠나?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 교직자들도 그 동안 스승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여 초래한 결과는 아닌지 걱정도 되네. 34년간 교직에 몸담은 나 스스로 교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였는지 되돌아보며, 몇 가지 반성을 해보네.
첫째, 교육은 인간의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potentialities)을 현실성(actualities)으로 바꾸어 주는 것인데, 그 동안 나는 교육을 통해 학생의 자아 실현과 수월성 함양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나?
둘째,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이며 윤리적 지상과업인 교육의 기회균등 실현에 얼마나 기여하였나? 우리 헌법 제31조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성별,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종교, 거주지역 등 교육외적 요인에 따른 차별 없이 능력과 적성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과연 나는 교육의 기회균등 실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나?
셋째, 학생 개개인의 자아 실현을 위해 교육내용을 학생 개인의 발달 단계, 능력과 적성, 사회적 필요 등에 따라 다양화하는 등 얼마나 개별화 교육을 위해 노력하였나? 단편적 지식 습득, 암기위주의 수동적이며 획일적인 교수-학습방식에서 탈피하여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력에 기초한 능동적이며 개별화한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 및 평가 방법의 다양화를 통해 학생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자 얼마나 노력하였나?
넷째, 학생들이 지(智) 덕(德) 체(体)를 겸비한 조화로운 전인(全人)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념하면서 지도하였나? 즉,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력 신장, 인성 교육, 체육 교육보다 지식의 주입과 암기에 치중하지는 않았나?
다섯째, 학생들에게 미래의 모습을 이해시키고 미래의 모습과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미래의 꿈을 심어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나?
여섯째, 학교의 교육력 강화를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 간의 긴밀한 연계가 중요한데, 나 혼자 학교 교육만을 강조해오지는 않았나?
이런 몇 가지만 반성해 보아도 내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범했으며, 많은 학생들에게 잘못을 했는지 뉘우쳐지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교육과 우리 교직자에 대한 비판이 부쩍 늘어난 것을 보면서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자네도 무척 속상해할 것 같네.
그렇지만 김선생! 너무 속상해하지 말게. 내가 나보다 더 선생님다운 자네를 보면서 보람을 느끼듯이 김선생 또한 자네보다 훌륭히 자란 제자들을 본다면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이라는 말을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를 받을 꺼야. 광복 이후 우리가 숱한 어려움을 딛고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묵묵히 땀 흘리며 학생 교육에 헌신해온 교직자들의 노력 덕분이 아니겠나?
이제는 지식 전달자보다 학습 안내자, 촉진자, 조력자로서의 교사 역할이 강조되고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력 신장이 중요시 되는 시대이네. 우리 더욱 열심히 노력해보세.
송광용 서울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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