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기성용(셀틱)과 염기훈(수원)에게 ‘특별과외’를 실시했다. 소속팀에서의 잦은 결장과 부상으로 떨어진 프리킥 감각을 끌어 올리기 위한 허 감독의 배려다.
13일 대표팀이 훈련 중인 경기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예비 태극전사 10여명은 이날 오후 가벼운 스트레칭과 구간 달리기에 이어 볼 빼앗기 게임 등으로 컨디션을 끌어 올리며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을 에콰도르전을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2시간 여의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지만 대표팀의 오른발, 왼발 스페셜리스트인 기성용과 염기훈은 허 감독과 정해성 수석코치의 부름을 받고 그라운드에 남았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시 되고 있는 ‘세트피스’ 상황을 연습하기 위한 것. 기성용과 염기훈은 각각 페널티지역 좌우 측면에서 문전을 향해 수 차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는 등 프리킥 감각을 되찾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기성용은 소속팀에서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하다시피 할 정도로 오른발 프리킥 능력에 관해선 대표팀 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기성용은 지난 1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폴커크와의 홈 경기에서 환상적인 30m 프리킥을 선보이며 데뷔전부터 홈팬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최근 잦은 결장으로 인해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염기훈도 2월 대표팀 훈련 도중 왼 발등뼈가 골절된 이후 3개월 여 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전매특허’인 왼쪽 측면 크로스가 무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허 감독은 훈련을 마친 뒤 “기성용과 염기훈의 경기감각을 살려주기 위해 따로 훈련을 실시했다”면서도 “가진 게 어디 가겠느냐”며 이들의 프리킥 능력에 강한 믿음을 보냈다.
‘허정무호’는 2008년 1월 출범 이후 세트피스 상황을 꾸준히 연습해 왔다. 세트피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다소 떨어지는 팀이 강팀을 상대로 ‘이변’을 낳기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기성용과 염기훈의 ‘명품 프리킥’이 살아나야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향한 공격전술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다.
실제로 세트피스는 한동안 골 결정력 부재에 시달리던 허 감독의 근심을 덜어주기도 했다.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홍콩전 5골 모두 사실상 김보경(오이타)과 구자철(제주)의 프리킥에서 시작됐고, 3월 코트디부아르와의 친선경기(2-0 승) 역시 기성용이 올린 프리킥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흐르자 이동국(전북)이 선제골로 연결했다.
파주=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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