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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백석 미공개 수필 18편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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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백석 미공개 수필 18편 '햇빛'

입력
2010.05.1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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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서지' 창간호서 '키다리 수화 김환기론' '당나귀' 등 공개

미술평론가, 화가이자 한국 현대수필의 개척자로 꼽히는 김용준(1904~1967)과 식민지시기 향토색 짙은 서북 방언으로 민족정서를 노래한 시인 백석(1912~1995)의 미공개 수필이 발굴됐다.

근대서지학회(회장 전경수)는 13일 반년간 학술지 (소명출판사 발행) 창간호에 '키다리 수화 김환기론' 등 김용준의 수필 17편과 백석의 수필 '당나귀'를 발굴해 게재했다. 근대서지학회는 개화기부터 1950년대까지의 중요한 문서와 문헌의 연구자, 수집가들이 모여 지난해 9월 창립했다.

새로 공개된 김용준의 수필은 2001년 발간된 (전5권)에도 실리지 않았던 것들이다. '주간서울'(1949), '중앙순보'(1946) 등 해방 직후 발간된 여러 잡지에 실린 이 글들은 조선 인조 때의 화가 김명국, 연산군 때의 학자 최수성 등에 대한 인물론과 고구려 강서벽화, 광개토대왕비 등을 소재로 한 문화비평 등 다양하다.

막역한 사이였던 화가 김환기에 얽힌 일화를 소재로 한 '키다리 수화 김환기론'은 잔잔한 웃음을 짓게 한다. 김용준은 이 글에서 자신보다 9살 어린 김환기를 "선배를 존경할 줄 안다는 갸륵한 미덕을 지녔다"고 칭찬하고는, 대머리 때문에 자신을 '근원옹(近園翁)'이라 부른 것은 공대가 지나친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近園(근원)'은 김용준의 아호. 그는 "연미오십(年未五十)에 두독(頭禿)한 탓으로 그랬는지 사십이 넘으면 옹자(翁字)를 붙인다 하여 그랬는지는 모르나… 청춘이 구만리 같은 나에게 옹자를 붙인다니… 공대가 지나쳐 화가 벌컥 날 지경이다."

백석의 수필 '당나귀'는 1942년 8월 '매신사진순보'에 실렸던 소품이다. 어느 마을에 들러 쉬고 있던 당나귀가 주인공으로, 인간들에게 비웃음과 욕설을 당하지만 당나귀는 그들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가엾이 여긴다는 내용이다. 조영복 광운대 국문과 교수는 가재미, 넙치 등 작은 동물들을 '착하고 고귀한 존재'로 즐겨 다뤘던 백석의 다른 작품들과 이 수필을 비교하고 "멸시와 비웃음에 개의치 않고 싸리단을 짊어지고 고행의 길을 떠나는, 세상을 향해 보내는 순교자적 자기 고행과 희생의 메시지가 있다"고 평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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