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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 소외계층 양육실태 조사/ 祖孫가정 42% "아이 봐줄 사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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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 소외계층 양육실태 조사/ 祖孫가정 42% "아이 봐줄 사람 없다"

입력
2010.05.1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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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사는 조손(祖孫)가정의 이모(9ㆍ서울 구로구)양은 매일 밤 9시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혼자다. 친구들은 학원으로 달려가지만 이양은 쓸쓸히 집으로 향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할머니가 올 때까지 밥을 거르기도 일쑤. 기다리다 지친 이양은 할머니가 오기 전에 잠이 들고 마는 게 다반사다.

소외계층의 아이들은 외롭다. 돈벌이에 지쳐 있는 부모,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향하는 친구들. 그래서 집에 있는 TV와 컴퓨터가 부모이자 친구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부모는 한숨을 쉬고, 빈 지갑을 탓해보지만 아이는 내일도 혼자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7, 8월 수도권 내 저소득층(669가구), 다문화(200가구), 북한이탈주민(167가구) 가정의 육아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부모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탓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특히 조손가정의 아이들이 보살핌 없이 홀로 방치되는 비율이 높았다. 조손가정(12곳) 중 41.7%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다. 또한 최근 6개월간 놀이공원에 간 가정은 8%에 불과했으며, 집과 가까운 놀이터에도 거의 가지 않는다고 답한 가장도 83%에 달했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자녀와 놀아주는 시간은 하루 몇 시간인가'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118가구ㆍ58.8%)이 "1시간 이하"라고 답했다. '최근 6개월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등 문화활동을 함께 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110가구(54.6%)가 없다고 응답했다.

북한이탈주민가정은 훨씬 심각했다. 역시 먹고 살기 힘들어 아이들을 혼자 두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모(42ㆍ2002년 탈북)씨는 "막내딸이 천식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하루 종일 혼자 두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되니까 일을 그만둘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사에 응한 북한이탈주민가정(167가구) 중 62%는 육아지원서비스로 양육비 보조를 가장 많이 원했다. 148가구(88.6%)가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인 데다 직장이 있는 경우가 절반(76가구ㆍ45.5%)이 안 됐다.

장명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취약계층 가정의 영ㆍ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복지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점차 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가정을 위해선 기존의 정부 지원뿐 아니라 아이들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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