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왜 6ㆍ2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을까. 검찰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 연루 의혹이 제기된 한신건영 관련 사건을 계속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점상 부적절한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수사 배경에 대한 의문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13일 한신건영의 거래 은행 지점을 수사 중인 사실이 본보(1면) 보도로 알려지자 "한신건영 자금 대출 과정에 관여한 전 시중은행 지점장 김모씨 개인에 대한 수사이며 한 전 총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의 해명은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큰 틀에서 하나의 수사는 여러 요인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는 형태로 진행된다. 검찰은'수사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표현도 애용한다. 다시 말해, 수사 과정에서 언제라도 새로운 연결고리가 등장할 수 있는 만큼 아직은 검찰이 무엇을 단정할 수 없는 단계라는 말이다.
또, 검찰 설명대로라면 대검 중수부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수사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고작 전직 은행지점장 한 명을 처벌하기 위해 미묘한 시점에 행동에 나섰다는 말이 되는데 역시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설명이다. 더구나 특수1부는 한 전 총리 측에게 한신건영이 불법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다가 보류한 부서다.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수사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미 한신건영은 그 자체로 한 전 총리와 무관치 않은 이름이 됐다. 한신건영 관련 사안을 수사하는 것만으로도 유권자는 한 전 총리 연루 의혹을 자연스럽게 연상할 수 있다.
검찰이 이런 점을 도외시한 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김씨 비리 정황을 발견해 이를 수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 경우 무엇이 급해서 선거가 끝날 때까지도 기다리지 못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검찰이 암암리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검찰은 한 전 총리와 관련해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금품공여 의혹을 수사해 기소까지 했지만 무죄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 전 총리는 여론의 주목을 받았고 인지도 상승이라는 의외의 효과까지 봤다. 만일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검찰은 여권의 눈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겉으로는 한 전 총리 수사를 안 하는 것처럼 하면서 외곽을 건드려 그에게 부담을 주는 '이중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정황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 대해 검찰이 힘을 과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해석을 하는 이들은 이번 수사가 시기적으로 타율적 검찰개혁에 대한 김준규 검찰총장의 반대 발언이 나온 12일 구체화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함부로 검찰을 흔들었다가는 정치권이 다칠 수 있다'는 시위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말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섣불리 한 전 총리에게 상처를 내려 했다가 오히려 동정표를 모아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고, 제대로 된 위력과시라면 야당이 아닌 여당을 상대로 해야 한다는 게 반론의 요지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사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수사가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자칫 정치권에 검찰 개혁의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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