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배드민턴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박주봉 감독은 13일 한국과의 제23회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준결승전을 앞두고 김중수 한국 대표팀 감독을 찾아 담소를 나눴다. 둘은 선수 시절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김중수 감독이 대표팀 코치로 박 감독을 지도한 인연을 지닌 막역한 사이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둘은 각자 소속팀 감독의 위치에서 냉정한 승부를 벌여야 했다. 승리의 영광은 4년 선배인 김중수 감독에게 돌아갔다. 한국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푸트라스타디움에서 열린 4강전에서 숙적 일본을 3-1로 꺾고 6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15일 오후 3시(한국시간) 중국-인도네시아전 승자와 금메달을 다툰다. 1984년 말레이시아대회부터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은 지금까지 5차례나 중국의 벽에 부딪혀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이날 경기의 히로인은 대표팀 맏언니 이경원(30ㆍ삼성전기). 김중수 감독은 전날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 일본과의 준결승을 대비하기 위해 '이경원 카드'를 아껴뒀고, 이 승부수는 적중했다.
하루를 쉰 이경원은 한국이 게임스코어 2-1로 쫓긴 상황에서 하정은(23ㆍ대교눈높이)과 2번째 복식 주자로 나서 후지이 미즈키-가키이와 레이카조를 2-0(21-14 21-18)으로 꺾고 결승행을 결정지었다.
특히 11-5로 앞서다가 13-14로 역전 당한 2세트 중반, 상대의 상승세를 끊기 위해 왼발 테이핑을 풀며 시간을 끄는 노련함을 보였다. 잠시 체력을 보강한 한국은 잇따라 3점을 따내며 역전에 성공, 승리를 매조지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한국 선수들은 코트 밖에서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한 반면 사상 첫 결승 진출이 좌절된 일본 선수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김중수 감독은 경기 후 "어려운 승부였다. 그러나 오늘 첫 단식에서 배승희가 상대 에이스 히로세 에리코를 꺾으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단식에 출전하는 성지현과 배연주가 각각 어깨 부상과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이번엔 반드시 우승 숙원을 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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