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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Food Focus - 식민지 시절 미국에선 바닷가재가 가난한 음식

입력
2010.05.1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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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나 하인들에겐 주로 이걸 먹였단다. 죄수들도 질리도록 이걸 먹어야 했다. 그만큼 값싸고 흔했다. '가난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로. 특히 메인주와 매사추세츠주에선 이게 하도 많아 인디언들이 밭에 비료로 뿌리고 낚시할 때도 썼다고 전해진다.

지금 이건 위상이 180도 달라졌다. 푸아그라(거위간) 트러플(서양송로버섯) 캐비아(철갑상어알)와 함께 대표적인 고급 식재료로 꼽힌다. 이거, 바닷가재다.

바닷가재가 가난의 상징에서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건 19세기부터다. 1840년대 메인주에서 상업어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바닷가재가 유명세를 타며 미국 전역과 외국으로 퍼져 나갔다. 16∼17세기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선 바닷가재를 주로 왕족과 귀족이 즐겨 먹었다.

유럽 일부 문화권에선 바닷가재를 가난의 상징이 아닌 '사랑의 묘약'쯤으로 여겼다. 미국의 어장 상업화와 유럽 상류층의 인식이 절묘하게 만나 바닷가재가 지금과 같은 고급 이미지를 갖추게 됐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살아있는 싱싱한 바닷가재를 이용해 프랑스와 미국, 일본 등의 조리법을 가미한 6가지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 요리들에 쓰이는 바닷가재는 캐나다에서 직접 들여온다. 바닷가재는 보통 1년 내내 잡히지만 캐나다산은 4∼6월 가장 어획량이 많고 맛도 좋다.

메뉴를 직접 개발한 신현준 스카이라운지 주방장은 "가장 정통적인 바닷가재 요리법은 부드러운 그라탕"이라고 소개했다. 부드럽고 진한 크림소스에 바닷가재 살을 섞어 익힌다. 이를 껍데기에 담아낸 다음 그 위에 치즈를 올리면 완성. 바닷가재를 상류층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라는 인식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프랑스식 요리다.

집에서는 끓는 물에 넣어 익혀 먹는 게 가장 간편하다. 잘 익은 바닷가재 껍질은 붉은색을 띤다. 살코기는 투명한 색에서 흰색으로 바뀔 때가 가장 적당히 익은 순간이다. 너무 많이 익으면 육질이 질겨져 맛이 덜하다.

닉 플린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 총주방장은 "살아있는 상태로 끓는 물에서 넣어 약 4분간 익힌 다음 차가운 얼음물에 순간적으로 식혀주면 살코기 부분이 부드럽고 껍질에서 쉽게 제거된다"며 "크림소스 등으로 살코기를 조리할 땐 섭씨 72도 정도로 약간 낮은 온도에서 익히면 질겨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고급 식재료인 만큼 함께 조리하는 채소나 육류는 바닷가재의 섬세한 맛을 훼손하지 않는 걸로 선택하는 게 좋다. 플린 총주방장은 "버섯은 향이 강한 표고보다는 양송이가, 달콤한 양고기나 향이 진한 오리고기보다는 쇠고기 안심이 바닷가재와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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