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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여행 - 春변산이라… 파란 바다 옆 초록 산빛 넘실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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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여행 - 春변산이라… 파란 바다 옆 초록 산빛 넘실거리네

입력
2010.05.1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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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페이스와 함께하는 국립공원 속살을 찾아서

'춘변산 추내장'이라고 했다. 봄은 변산이 최고이고 가을은 내장산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이다. 춘변산의 춘이 꽃이 만개하는 사월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현지에서 물어보니 그게 아니란다. 춘변산은 신록이 고운 지금의 봄, 찬란한 오월을 찬미하는 것이라고.

변산은 '산해절승(山海絶勝)'이란 단어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땅이다. 내변산의 산과 외변산의 바다가 모두 국립공원에 이름을 올린, 절경으로 가득한 곳이다.

변산의 속살을 찾기 위해 내변산의 산자락을 파고들었다. 내변산은 위에서 내려다 보면 분지의 모양이다. 밖으로 산이 둘러치고 안으로 여러 계곡이 오밀조밀 들어찼다.

트레킹이 시작된 곳은 내변산 깊숙이 차로 들어가 만난 내변산탐방지원센터다. 간단히 등산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실상사에서 내건 등산로의 연등을 보니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하루하루 부쩍 커지고 짙어가는 잎들이 산행길에 초록터널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 신록의 이파리를 뚫고 내려와 손등에 비쳐진 햇빛도 푸르스름하다. 숲길이 초록의 스펙트럼으로 싱그럽다.

실상사를 지난 길은 평탄하게 이어진다. 봉래구곡의 경승지들을 둘러보며 물길을 따라 오른다. 작은 공원처럼 꾸며진 공간에 자연보호헌장비가 서있다. 비 옆으로 갈림길이 나타난다. 우측으로 올라가면 월명암이다. 신라 신문왕 때(692년) 창건된 고찰이다. 그 암자 옆 낙조대에 서면 내변산 산자락과 외변산의 호쾌한 바다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하지만 이번 내변산 트레킹 코스는 반대쪽이다. 재백이재를 넘어 관음봉을 스쳐 내소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자연보호헌장비를 지난 길은 '직소보'라 불리는 작고 아름다운 호수를 만난다. 지금의 부안댐이 생기기 전, 부안의 식수원 역할을 했던 저수지다. 길쭉한 모양의 호수를 감싼 건 푸른 숲. 맑은 물 속엔 맑은 초록이 풍덩 빠져있었다.

오랜만에 눈부신 오월의 햇살이 쏟아지는 날이다. 신록에 부딪는 그 빛이 반갑다. 물과 어우러진 야들야들한 신록의 풍경. 눈이 다 시원하다. 눈 앞에 민트향이 번지는 느낌이다.

호숫가를 따라 나무데크의 산책길이 놓여있다. 맑은 물속엔 물고기가 지천이다. 천렵을 해봤던 이들은 누구나 족대나 반두, 투망을 그리워했을 풍경이다. 옆에 넋 놓고 바라보던 한 분은 "물속에 고추장을 풀어 호수째 끓여도 되겠다"고 했다.

저수지를 지난 길은 선녀탕에 이른다. 암반 사이로 굽이쳐 흐르던 물길이 딱 한 명만 들어가 목욕하기 알맞을 둥근 소를 파냈다. 선녀탕 바로 위 계단폭포인 분옥담을 지나자 마자 지축을 쿵쿵 울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직소폭포다. 거대한 암벽 사이로 30m 높이의 물줄기가 장쾌하게 떨어져 내린다. 주변 내변산의 넉넉한 산세가 함께 폭포를 타고 떨어져 내리는 듯하다.

직소폭포 위로 길은 계속 이어진다. 물길 바로 옆으로 걷는 길이다. 머리에 인 신록으로 걸음 걸음이 상쾌하다. 대소갈림길에서 약간의 오르막을 오른다. 지금까지의 길이 숲 속으로 이어졌다면 이제부터는 햇빛 아래 능선을 타는 길이다. 곧 나타난 재백이재. 고개 아래로 바다가 보였다. 변산과 고창의 땅이 감싼 바다다. 고개의 높이는 겨우 160m.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은 수평에 가깝다.

재백이재에서 바로 원암, 내소사로 내려가는 길도 있지만 관음봉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까지 평탄한 길로만 걸었다면 이제부터는 약간의 오르막이다.

관음봉 삼거리 못미처 솔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일행이 준비한 상추쌈에 입이 호강이다. 꾹꾹 눌러 담은 고봉밥이 뚝딱이다. 된장 듬뿍 찍은 청양고추가 달게 느껴지고, 찬밥이 미끌미끌 설탕 녹아 내리듯 넘어간다. 산행의 재미는 바로 이런 것일 게다.

허기를 달래고 배를 두드리며 바라본 내변산. 파스텔톤의 파란 바다 옆으로 이제 막 녹색의 칠을 한 산자락이 넘실거린다. 춘변산의 절정, 새 빛의 새 산들이다.

산아래 석포마을의 들판도 초록이 짙어졌다. 관음봉 옆으로 내소사를 발 아래 달고 내려갔다. 곁에 우뚝 선 바위 봉우리 관음봉을 능가산이라고도 하는 까닭에 내소사를 능가산 내소사라 부른다. 해발 433m지만 바다 바로 옆에서 솟아 강원 산간지역의 700~800m 산만큼의 위용을 자랑한다.

산에서 다 내려와 만난 내소사와 전나무길. 북적거리는 나들이객들이 봄의 신록을 한껏 들이마시고 있었다.

■ 트레킹 TIP/ 봄산행 얇은 바람막이 재킷 하나는 챙기셔야죠

봄도 제대로 만끽 못했는데 어느새 한껏 올라간 기온으로 상춘객들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낮 기온이 높아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나서고 싶지만, 재킷 없이 나섰다가는 썰렁한 봄바람에 감기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맘때 가장 많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바람은 막아주면서 두껍지 않은 초경량 바람막이 형태의 재킷이다. 그러나 경량성만을 강조하여 지나치게 얇거나 가벼운 제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산행 시 몸을 보호해줄 수 있는 내구성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화사한 색감의 재킷은 봄 기분을 배가할 것이다. 언제든지 착용과 휴대를 할 수 있도록 패커블 주머니를 함께 가지고 다니자.

도움말 노스페이스

(부안)=글ㆍ사진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 외변산 바닷길 한바퀴… 꽃게·갑오징어가 부른다

내변산을 만끽했으니 이젠 외변산의 바다 풍경이다.

부안군에선 새만금방조제 입구에서부터 변산의 바다를 빙 두르는 마실길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행을 마쳤으니 마실길을 따라 또 걷기 보다는 외변산의 절경을 몇개 포인트로 정해놓고 하나씩 찾아나서는 것이 좋겠다.

많은 이들은 외변산 최고의 절경으로 격포 옆의 채석강을 꼽는다. 수 만권의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모습의 바다 절벽이다. 하지만 많은 현지인들은 채석강보단 적벽강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송나라 소동파가 놀았다는 적벽강과 비슷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곳이다. 파도가 깎아낸 붉은 해안단층의 절벽으로 채석강과는 다른 분위기로 훨씬 장대하다.

적벽강 언덕 위에는 수성당이란 당집이 있다. 바로 앞 칠산바다를 거닐며 풍랑에서 어부를 보호하는 여신인 개양할미를 모시는 곳이다. 부안 사람들은 “변산의 기운이 한 곳에 응집되어 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채석강은 바로 옆에 격포항 개선사업으로 거대한 방파제가 조성되면서 옛 맛을 많이 잃었다.

채석강이나 적벽강에서의 일몰도 좋지만 고사포해수욕장의 해넘이도 만만치 않다. 바로 앞에 둥실 떠있는 하섬과 주변의 갯바위들을 배경으로 빨갛게 넘어가는 햇덩이의 풍경이 장관이다.

요즘 변산 앞바다에선 꽃게와 갑오징어가 제철이다. 위도 앞 청정바다에서 길어 올린 싱싱한 먹거리다. 봄은 암꽃게가 제맛이다. 지금 알이 꽉 들어차 있다. 이제 막 잡히기 시작하는 갑오징어회도 훌륭하다. 그 달큼하고 야들야들한 맛엔 웬만한 활어가 따라오지 못한다. 격포항이 가장 큰 집산지다. 격포항 위판장 바로 옆에는 중매인들이 운영하는 판매장들이 길게 늘어서있다. 가장 싸게 변산의 해산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부안읍의 상설수산물시장도 저렴하게 꽃게나 백합, 갑오징어 등을 살 수 있는 곳이다. 꽃게는 비쌀 때는 1kg(3~4마리)에 3만~3만5,000원, 갑오징어는 1마리에 2만원이다.

부안=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여행수첩/ 부안

● 서울에서 부안까지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바로 타거나, 경부-천안논산-당진대전-공주서천-서해안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가다 부안IC에서 빠져야 한다. 후자를 이용할 경우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지만 들고 나기가 복잡하다.

내변산탐방지역센터에서 자연보호헌장비-직소폭포-재백이재-관음봉-내소사까지의 트레킹 코스는 총 6.2km. 3~4시간 걸린다. 초보자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난이도다. 변산반도국립공원 (063)582-7808

● 변산온천 인근의 변산명인집은 부안의 인삼바지락죽으로 유명하다. 6년근 홍삼을 함께 넣은 바지락죽이 개운하다. 1인분 8,000원. (063)584-7171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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