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이전인 1500년대 중반에 묻힌 것으로 보이는 조선시대 여성의 미라가 발굴됐다. 서경문화재연구원은 이 달 초 경기 오산시 가장2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여성 미라가 안치된 조선시대 회격묘(灰隔墓ㆍ관과 구덩이 사이에 석회와 숯가루, 가는 모래 등을 다진 묘)를 발굴했다고 13일 밝혔다.
무덤 안의 목관을 덮은 명정(銘旌)에는 '宜人驪興李氏之柩'(의인여흥이씨지구)라고 쓰여있었다. '宜人'(의인)이라는 호칭은 조선시대 정ㆍ종 6품 문ㆍ무관의 부인에게 수여되는 품계여서, 무덤의 주인공이 사대부 집안의 부인임을 말해준다.
미라는 신장 154㎝로 조선시대 여성 평균 키였으며, 각종 염습의 26점과 보공품 10여 점에 싸여있었다. 미라의 상반신은 완전한 상태였으며, 복식도 임진왜란 이전 시기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었다. 미라의 무릎뼈 아래는 골질이 약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미라를 조사한 김한겸 고려대 의대 교수팀은 "미라에서 채취한 샘플을 통해 이 여성의 사인을 확인하는 한편, 무균 상태에서 미라가 된다는 가설을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덤에서는 또 백자유개호(白瓷有蓋壺ㆍ뚜껑 있는 백자 항아리), 운아삽(雲亞霎ㆍ상여에 그려진 문양), 목제 빗, 뒤꽂이 등 유물 10여 점이 나왔다.
무덤은 봉분이 없는 상태였으며 인근에 남편의 것으로 추정되는 묘가 있어 추가 발굴이 이뤄질 경우 부부 미라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우림 울산박물관추진단장은 "무덤의 회격 구조와 긴 저고리 등의 복식으로 볼 때 2002년 경기 파주시에서 발견된 파평 윤씨 모자(母子) 미라(1566년 매장)와 거의 같은 시기에 매장된 것이 확실하다"면서 "조선시대 생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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