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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검찰 개혁, 자율과 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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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검찰 개혁, 자율과 타율

입력
2010.05.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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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비리 척결에 나서야 할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심각하므로 검경 개혁방안을 마련할 범정부 차원의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구성될 TF는 상설특검제, 공수처(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검찰의 기소독점을 완화하는 기소심의제 도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지난 3월 국회 사법제도 개혁특위를 출범시켜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을 논의해 왔고, 여야가 각기 검찰청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의 우상호 대변인은 대통령의 TF 구성 지시가 "지방선거를 의식한 이벤트"라고 일축하면서 개혁대상에 경찰을 끼워 넣은 것은 검찰 개혁 요구에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TF 용두사미 되잖을까 걱정

김준규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지시가 있던 다음 날인 12일 사법연수원 강의에서 "검찰이 다시 태어나 '새 검찰' 수준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으나 "검찰의 권한을 쪼개어 남을 주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는 말로 공수처와 상설특검제 도입에 반대했다. 그는 또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 견제하고 통제하고 관여하는 제도로 바꾸겠다"면서 검찰의 기소독점권과 불기소권을 견제하는 시민참여 위원회 구성안을 시사했다.

국민들은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이벤트"라고 깎아 내리지는 않더라도 '검찰개혁'이란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식상한 데다가 상설특검제나 공수처나 처음 나오는 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정치권의 계산이 다르고 공수처 안 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아서 결국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검찰 개혁론은 항상 있어왔지만 이번에 개혁론이 급 물살을 타게 된 것은 스폰서 파문 때문이다. 검찰이 기소했던 한명숙 전 총리가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비판 받고 있는 와중에 터진 스폰서 파문은 한 순간에 검찰의 권위와 도덕성을 땅에 떨어트렸다. 그 동안 검찰이 꽤 잘하고 있다고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도 등을 돌렸다. 천안함 침몰 사건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해군 병사들 앞에서 스폰서 스캔들은 검사들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대통령까지 검찰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가 용두사미가 되면 국민의 냉소만 커질 것이다. 나는 일단 검찰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도록 하고, 스폰서 사건 수사를 지켜 보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타율적인 개혁은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검찰을 위축시킬 것인데, 이 문제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또 공수처나 상설특검제도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서 반대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특검제도 한두 번 경험해 본 것이 아니다.

검찰이 먼저 뼈 깎는 개혁안을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검찰이 스스로를 개혁할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12일 강의에서 "검찰만큼 깨끗한 데를 어디서 찾겠느냐"고 말했다는데, 스폰서 스캔들 속에서 그런 망발이 나오다니 놀랍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정치권이 역겹다는 말인지, 스캔들 관련 검사는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말인지, 사태의 절박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검찰은 지금 이런 한가한 불평을 할 게 아니라 빨리 강도 높은 개혁안을 마련하고, 위기를 돌파할 뼈를 깎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검찰의 권한을 쪼개는 건 답이 아니다"라는 말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검찰의 자세에 회의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 역시 TF를 구성하게 된다면 검찰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개혁안이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징벌적인 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국민의 안전과 법의 지배를 위해서 존재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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