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한양대학교 HIT관 6층 강의실. 특강이 시작되려면 제법 시간이 남았지만 400여 석 강의실은 빈 자리 없이 채워졌고, 강의실 바깥 모니터 앞에도 200여명이 모였다. 안철수(48) 카이스트 석좌교수의 특강은, 학생들의 기대만큼 진지하고 뜨거웠다.
이날 안 교수는 IT벤처산업에 뜻을 두고 2003년 출범한 대학생 IT동아리 DEMO가 주최하고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등이 후원해 열린 ‘DEMO 공개강연회’ 특별 연사로 자리에 섰다. 그는 “의사에서 컴퓨터전문가로 삶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6개월간 고민을 한 결과 세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첫 번째 깨달음은 과거의 실패나 성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실패는 물론이고 성공을 하면 그 다음부터 가진 걸 놓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택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심리죠. 그러다 보면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없어집니다.” 두 번째는 윗사람의 평가에 연연해하지 말 것. 그는 “카이스트 학생들을 보니 부모 말씀 잘 듣는 착한 학생들이 많더라”며 “하지만 먼저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의 결과만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결과에만 집착하면 선택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안 교수는 선택의 본질로 ‘의미’ ‘재미’ ‘잘하는 일’을 꼽았다. 그는 “95년 안철수연구소 출범 당시 나뿐 아니라 주위 모든 사람들이 ‘경영하지 마라’고 말렸지만, 해 보니 할 만하더라”며 “만약 그 선택을 안 했더라면 나는 죽을 때까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은 직접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는 학생들의 용기를 북돋우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재능이 아니라 집중력입니다. 천재음악가 모차르트도 12살 때 쓴 곡은 습작에 불과했다는 평이 있더군요.”
강연을 들은 DEMO회원 김한글(22ㆍ명지대 경영학)씨는 “그는 천재가 아니라 만 시간의 연습을 거친 항상 배우는 사람인 듯했다”며 “끝없이 노력하는 그의 자세를 본받겠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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