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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조기유학의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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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조기유학의 구조조정

입력
2010.05.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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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없는 천국’이라 불리는 곳이 뉴질랜드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고 느긋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이민자나 유학생에게는 농장일이나 청소밖에는 할 게 없는 나라다. 인근 나라 호주도 유사하다.

얼마 전 뉴질랜드에서 기러기 엄마와 두 딸이 자살한 데 이어 현장으로 달려갔던 아빠마저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현지 경찰은 이들이 8년간의 기러기생활 끝에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뉴질랜드 한인교민은 3만5,000명 수준이고 유학생은 1만6,000명으로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2008년 한 해에만 1,600여명이 조기유학을 떠났는데 미국 동남아 중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6번째라고 한다. 영어권이지만 미주지역보다 생활비가 적게 들고 교육수준은 높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기러기 가족들이 정말 많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제대로 가르쳐보겠다는 욕심 때문이겠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지 않나 싶다. 특히 경제적 희생이 많이 따르는 것도 큰 문제다.‘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이 싫어서 연수를 떠나는 이들도 있으나, 외국도 그런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우리처럼 공부에 목숨을 거는 학생과 부모들의 숫자가 적어 한국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매달 수백만원씩 투입되는 유학비용으로 가정경제가 파탄하는 사례 등은 이미 언론들을 통해서 셀 수 없이 보도가 된 바 있으나 여전히 해외 조기유학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 교육시스템이 대폭 고쳐지지 않으면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조기유학은 2년 내에 끝이 나야 한다. 초등학생 자녀들이 영어를 빠른 속도로 습득하는 기간은 3~4학년 근처다. 한글 구사능력이 완숙단계에 들어간 상황에서 1~2년간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면 영어가 급속도로 는다.

하지만 기러기 생활이 2년을 넘어 뉴질랜드 기러기 가족의 사례처럼 7~8년씩 이어진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자녀들 공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정불화, 시부모와의 불화 등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녀들 정서에도 극히 좋지 않다.

국가 경제에도 손실이 크다. 모든 학생들이 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해야 할 이유는 없다. 국어나 수학 과학 등을 잘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영어 공부를 위해 한해 수천명씩 해외로 조기유학을 떠나는데 투입되는 비용만 줄여도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유학·연수 관련 적자액이 이 통계를 집계한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349억 달러에 달했다. 유학·연수비로 해외 송금한 돈이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유학ㆍ연수를 와서 쓴 돈보다 이만큼 많았다는 것. 이 적자액은 같은 기간 수출로 벌어들인 경상수지 누적 흑자액 1,505억달러의 23%에 달한다. 금융위기를 맞았던 지난해에도 39억4,300만달러나 적자가 났다. 하지만 이들 유학생이 모두 글로벌 리더가 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극히 일부가 성공사례로 등장을 하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특히나 국내에서도 각종 시청각 자료도 풍부하고 원어민 교사들도 많아서 굳이 영어를 잘해보려고 마음 먹으면 길은 충분히 열려있다. 조기유학도 거품을 걷어내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재우 산업부장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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