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아 1980년 5월 시민군과 계엄군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던 현장이 대부분 사라져 유적지 순례자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다.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무관심 때문이다.
광주에서는 시민군 본부가 있었고 나중에 최후 항쟁지이기도 했던 구 전남도청 등 26곳이 5ㆍ18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사적지 1호이자 5ㆍ18의 진원지였던 전남대 정문, 시민군의 회의 장소이면서 ‘투쟁회보’ 등 유인물을 제작했던 곳인 광주YWCA는 아예 없어졌다.
계엄군의 대합실 난입과 격전으로 많은 희생자를 냈던 구 광주시외버스공용터미널도 사라져 광주은행과 롯데백화점으로 변했다. 계엄사령부 전남ㆍ북분소가 있었고 무고한 시민들이 붙잡혀 가 모진 고초를 당했던 상무대 옛터 역시 대규모 신도심이 들어섰고, 상무대라고 쓴 비석만 당시 위병소 자리에 남았다.
민주 인사들을 연행해 고문했던 505보안부대 옛터는 사적지라는 말을 무색하게 변했다. 앞마당은 인근 주민들이 심은 농작물로 가득하고 정문 옆 수위실은 유리창이 깨진 채 흉가로 방치돼 있다.
다행이 구 도청과 상무관. 구 국군통합병원, 구 기무부대, 국립5ㆍ18묘지 구묘역(망월동묘역) 등은 현재까지 1980년 당시 모습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습도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구 도청 일대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공사가 한창인데 건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 도청 별관의 보존 방식이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부 보존으로 결정되면 원형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여년 만에 고향에 온 최일식(49ㆍ서울)씨는 “그날의 함성과 투석전 모습이 눈에 선한데 전남대 정문과 광주역 분수대 등 대부분 현장이 없어져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5월 단체 관계자는 “사적지를 원형 그대로 후세에게 남겨 주는 것이 백마디 말보다 이 더욱 확실한 역사 교육”이라며 “현재 남이 있는 현장이라도 보존하려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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