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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상급식과 진보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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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상급식과 진보의 착각

입력
2010.05.1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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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들의 정책 성향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한 진보 일간지가 전체 85명의 후보자에게 질의서를 보냈는데 84명이 답변을 했다. 기사 제목은 이었다. 고교 평준화 체제에 대해서도 84.5%가 평준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기사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무상급식, 고교 평준화 등 진보적 의제에서는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일제고사 실시와 성적공개,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유치 등 보수적 의제에서는 찬성이 약간 더 높았다.” 무상급식, 고교 평준화가 과연 진보적 의제일까?

진보적 정책으로 오판

보수적 의제들은 비교적 분명하다. 일제고사 실시와 성적공개 같은 보수적 의제에 찬성한 후보자는 52.4%였고,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유치에 찬성한 사람은 57%였는데, 그들은 보수가 분명하다. 물론 비교적 진보적인 의제들도 있다. 일제고사 실시와 성적 공개 둘 다 반대하는 정책, 그리고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유치에 반대하는 정책은 진보적이다. 그 정책을 지지하는 비율이 32%와 43% 정도이니, 진보적 의제에 대한 지지율은 실제로 그 정도일 것이다.

그러면 무상급식과 고교평준화 같은 의제에 대한 찬성비율이 왜 그리 높을까? 진보 언론과 진보 진영은 무상급식을 진보적 의제로 독점하려 하지만, 그런 판단은 사실에 맞지 않고 심하게 말하면 착각일 수도 있다. 나는 많은 경우 진보적이거나 중도좌파적이고 때로는 중도우파적 정책도 선택하는 편이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 성향과 무관하게, 저 의제들의 정책적 성향을 분석하는 일은 중요하다.

정책들을 개별적으로 보자면, 고교평준화는 이제 거의 상식 수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진보적이라기보다는 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상급식은 어떤가? 나는 이미 그에 대해 의견을 밝힌 바 있는데, 이것도 단순히 진보적 정책이라고 하기 힘들다.

실질적으로 무상급식은 전적으로 진보적 정책은 아니다. 오히려 서민들보다 중산층 이상 사람들의 입맛에 더 맞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일간지가 보도한 다른 여론조사는 이 점을 보여준다.

일단, 전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48.6%였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학생들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유권자는 48.7%였으니, 두 정책은 현실에서 팽팽하게 맞선다. 그러나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서는“가난한 학생들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52.4% 대 43.1%). 그와 달리 월 200~400만원 소득층에서는 전원 무상급식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52.4% 대 45%). 또 급식에 대해 실질적인 관심을 가진 여성들도 약한 계층에 대한 선별 무상급식을 높이 지지했다(53.3% 대 42.8%). 이 조사는 이상하게도 논의의 대상이 되지도 못했다.

진보 진영은 ‘친환경’ 혹은 ‘복지’라는 의제가 마치 언제 어디서나 진보적인 것처럼 말하는 경향이 크다. 이것은 정책 분석에서 착각을 불러올 수 있으며, 전략적으로도 큰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보수적인 계층들도 개별 정책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친환경’과 ‘복지’ 의제를 선택한다.

‘친환경ㆍ복지’ 독점 어려워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고 시간 여유가 많을수록 친환경 의제에 관심이 많고, 실질적으로 친환경 비용을 지불할 여유도 많다. 그러므로 친환경 정책을 지지한다고 모두 진보를 지지하는 건 결코 아니다. 무상급식 의제는 이렇게 굴절된 상태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많은 보수 후보자들도 여론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바꾸었다.

‘친환경’과 ‘복지’는 진보가 홀로 독점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성격을 가졌다. 그 정책들에 성급하게 혹은 쉽게 진보라고 딱지 붙이려 하는 진보, 그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도 않고 논의도 가로막는 진보가 딱하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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