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당시 LA 다저스)가 15승 달성으로 직전 시즌 18승 기세를 이어 간 2001년, 메이저리그의 국내 인기는 정점을 찍었다. 팬들은 박찬호 외에도 메이저리그 전반에 관심을 뒀다. 당시 박찬호와 함께 국내팬들 사이에서도 널리 회자되던 키워드는 '오클랜드 영건 3인방'이었다.
배리 지토(32)-팀 허드슨(35)-마크 멀더(33) 삼총사는 2001년 56승을 합작했다. 지토가 17승, 허드슨이 18승, 멀더가 21승을 챙겼다. 당시 허드슨은 빅리그 3년차, 지토와 멀더는 2년차에 불과했다. 어마어마한 현재보다 더 어마어마할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였다. 그러나 멀더와 허드슨이 2005년 각각 세인트루이스와 애틀랜타로 이적하면서 삼총사는 더 이상 삼총사가 아니었다. 지토마저 2007년 샌프란시스코로 둥지를 옮겼다. 돈 없는 구단 오클랜드는 삼총사를 붙잡을 마음이 없었다.
2000년대 초ㆍ중반 오클랜드에 275승을 선물한 화려했던 삼총사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9년 전 처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영건 3인방 중 지토와 허드슨은 여전히 빅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2001년 아메리칸리그 다승왕 출신의 멀더는 2006년 당한 어깨 부상 탓에 3년간 6승에 그쳤고, 은퇴 수순을 밟았다.
올시즌 샌프란시스코의 2선발을 꿰찬 '커브의 달인' 지토는 5승1패 평균자책점 1.90의 파죽지세로 옛 영광을 재현할 태세다. 5연승을 달리다 12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전서 5이닝 3실점으로 첫 패배를 당했다. 팬들은 올시즌 지토의 모습에서 2002년을 떠올리고 있다. 지토는 오클랜드 시절이던 2002년 23승5패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2006년 말 샌프란시스코와 7년 총액 1,000억원이 넘는(1억2,600만달러) 초대형 계약에 사인한 지토는 이적 후 3년간 한 시즌 11승이 최다승이었다. 평균자책점도 전부 4점대를 웃돌았다.
2000년 아메리칸리그 다승왕(20승) 허드슨은 12일 밀워키전 6이닝 1실점 호투로 올시즌 3승(1패 평균자책점 2.64)째를 챙겼다. 허드슨은 2005년 애틀랜타로 이적 후 4년간 54승을 올리며 연착륙했으나 지난해 팔꿈치 수술 여파로 2승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3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허드슨은 지토와 함께 영건 3인방을 잊지 못하는 팬들의 향수를 잔뜩 자극하고 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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