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셔우드 숲을 주 배경으로 깔지 않는다. 주인공의 의적 활동도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로빈 후드가 나오고 마리온이 등장하며 리틀 존이 활약한다. 왕과 귀족에 대한 의적들의 저항 대신 권력 다툼과 영국ㆍ프랑스의 대립이 극적 갈등을 고조시킨다. '글래디에이터'(2000)의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가 다시 합작한 '로빈 후드'는 평범한 궁사인 로빈 후드가 어떻게 전설적인 의적이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로빈 후드라 불리기 전의 로빈 롱스트라이드(러셀 크로)는 십자군으로 10년간 세상을 떠돈다. 사자왕 리처드와 함께 영국으로 귀환하던 중에 그는 우연히 프랑스 왕실의 계략을 알게 되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린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마리온(케이트 블란쳇)의 사랑도 쟁취한다.
초반 성을 둘러싼 전투 장면부터 영화는 시선을 뺏는다. 화살이 빗발처럼 쏟아지는 전장에서 병사들이 밥을 먹으며 전투에 임하는 장면, 진지에 펼쳐진 시장통의 풍경 등은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입체감 있게 전달한다. 당대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였고, '블레이드 러너'(1982) '블랙 호크 다운'(2002) 등 선 굵은 영화를 빚어낸 스콧의 스크린 장악력은 여전하다. 그의 안정된 연출은 스펙터클에만 집착할 수 있는 영화에 균형감각을 제공한다. 뻔한 영웅 이야기를 새로운 일화로 풀어낸 시도도 신선하다. 한 사나이가 역경을 극복하고 의인으로 탄생하는 극적 전개는 다소 진부하다.
프랑스인이 종종 음흉한 악당처럼 그려진다. 그래도 12일(현지시간) 개막한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프랑스인들의 문화적 관용이 새삼 놀랍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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